기네스북 50돌… 기록에 미친 지구촌

  • 입력 2003년 9월 25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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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닭 한 마리를 4.4초 만에 벌거숭이로 만들 수 있다면, 혹은 30초 만에 벌레 95마리를 삼킬 수 있다면?’

지구촌 사람들이 미친 짓이라고 비웃겠지만 기네스북에 오를 수는 있다. 여성 브래지어의 후크를 한 손으로 1분 만에 17개를 풀거나, 혹은 한꺼번에 982명을 대형 소파에 앉혀도 기네스북에 오른다.

영국 로이터통신이 25일 전한 기네스북 이야기에는 ‘경계’가 없다. 세계 최고, 최대, 최다, 최소, 최단, 최장 등으로 ‘최(最)’라는 접두사만 붙일 수 있으면 어떤 기록이든 책에 실린다.

2004년판 발간을 하루 앞두고 로이터와 인터뷰한 클레어 포커드 편집장은 “미친 짓이 재미있는 것”이라며 “사람들의 흥미에는 끝이 없다”고 말했다.

기네스북은 아일랜드 흑맥주로 유명한 기네스사의 임원이었던 휴 비버의 착상으로 1954년 탄생했다. 사냥 실력이 뛰어났던 그는 ‘물떼새가 사냥감 중 가장 빠른 새인가’를 놓고 논쟁을 벌이다 ‘세계 최(最)…’ 기록을 책으로 펴내기로 결심했던 것.

기네스가 책을 펴내기 시작한 뒤 세계는 기록 도전의 열풍에 빠져들었다. 호텔방 문고리에 걸어놓는 ‘깨우지 마시오(do not disturb)’ 카드를 가장 많이 보유한 스위스 사람, 세계 최다인 2685명의 산타클로스가 퍼레이드를 벌인 도시(스웨덴 브라란다), 최고령인 60세로 스트리퍼가 된 미국 남성 등 이색 기록이 쏟아졌다.

오늘날 기네스북은 성경과 코란에 이어 세계 3대 베스트셀러다. 올해 말까지 1억권 이상 팔릴 것으로 보여 저작권이 붙은 책으로는 그 자체가 기네스 기록감(세계 최대 판매부수)이다.

기네스북에 실리기 위해 해마다 6만건의 세계기록 도전이 벌어진다. 2004년판에는 세계에서 가장 가슴이 큰 미국 여성, 가장 귀가 긴 개, 3240개의 비행기 위생대를 수집한 네덜란드 남성, 69명의 자녀를 낳은 러시아 여성 등이 새로 수록되는 영광을 얻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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