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崔대표 이례적 환대…野黨협조구해 盧정부 압박용 분석

  • 입력 2003년 9월 19일 18시 37분


미국을 방문 중인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오른쪽)가 18일 오전 유엔을 방문해 코피 아난 사무총장과 악수하고 있다. -유엔=국회사진기자단
미국을 방문 중인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오른쪽)가 18일 오전 유엔을 방문해 코피 아난 사무총장과 악수하고 있다. -유엔=국회사진기자단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가 6박7일의 미국 워싱턴 방문에서 한국의 야당지도자로서는 이례적인 ‘환대’를 받아 눈길을 끌었다.

최 대표는 이번 방미에서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 등 한반도 정책을 다루는 미 행정부의 고위 인사를 두루 면담했다. 일정상 불발에 그쳤지만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당초엔 면담 약속이 잡혀 있었다.

미 고위인사들과의 면담 분위기도 상당히 호의적이었다.

15일 최 대표를 만난 울포위츠 부장관은 당초 면담 시간인 10분을 훨씬 넘겨 40분간 최 대표 일행과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미국이 외국 정부와의 관계를 의식해 통상 야당 지도자에겐 ‘속내’를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에 비춰볼 때 17일 최 대표와 리처드 롤리스 국방부 부차관보의 회동은 특히 주목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롤리스 부차관보는 이라크 추가 파병에 대해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 요청한 내용이 무엇인지를 소상히 설명했다.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향후 협상을 의식해 미국이 요청한 내용에 관해 함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롤리스 부차관보가 한국 야당 대표에게 외교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설명한 것은 한미외교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최 대표는 지난주 방미에 앞서 정부로부터 “아직 미국으로부터 이라크 파병에 관해 어떤 요청도 받은 바 없다”는 말을 듣고 정부가 ‘오리발’을 내미는 것에 매우 불쾌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미국측의 파격적인 정보 제공은 최 대표에게 더욱 각별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미국이 최 대표를 특별 대우한 배경엔 한국의 이라크 추가 파병에 관해 협조를 얻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내년 대선을 앞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에겐 이라크 문제가 재선의 가장 중대한 변수이다. 만일 이라크전쟁이 베트남전쟁의 재판이 돼 미국이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되면 그는 재선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미국이 한국 등 외국의 파병을 이라크 문제에서 돌파구를 찾는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미국은 또 노무현(盧武鉉) 정부를 압박, 이라크 파병 문제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 야당 대표를 눈에 띄게 환대하는 ‘이중 플레이’를 했을 수도 있다.

최 대표는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코리아 소사이어티 초청 연설회에 참석하고 한국 기업 뉴욕지사 대표단과 간담회를 마친 뒤 귀국길에 올랐다. 태풍 ‘매미’의 피해 복구 대책 마련을 위해 당초 일정을 하루 앞당겼다.

워싱턴=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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