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3년 9월 9일 16시 04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툴라국립사범대에서는 전 세계 톨스토이 연구자들이 모인 가운데 ‘시대 운동 속에서의 톨스토이’를 주제로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톨스토이가 생전에 절친했던 시인 표도르 튜체프와 주고받은 편지를 모은 서한집과 ‘철학일기’ 등 관련 신간이 나왔고, 100권짜리 톨스토이전집 발간 작업도 시작됐다.
![]() |
백미(白眉)는 9일 모스크바에서 동남쪽으로 220km 떨어진 툴라주(州) 야스나야폴랴나(빛나는 들) 마을 톨스토이 생가(生家)박물관에서 열린 ‘탄생 175주년 기념식’. 야스나야폴랴나는 톨스토이가 나고 자라 생애 대부분을 보내고 묻힌 곳이다.
이날 자작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정원에는 미하일 슈비트코이 문화부 장관과 4대손인 블라디미르 톨스토이 생가박물관장 등 후손, 문화예술계 인사와 내외신 기자 등 수백명이 모였다. 한국외국어대 김현택(金炫澤) 교수를 비롯해 일본 미국 캐나다 등 외국의 러시아문학 연구자들과 정태익(鄭泰翼) 주러 한국대사 등 외교사절도 참석했다.
러시아 철도부는 기념행사 참가자들을 위해 이날 하루 모스크바에서 툴라까지 특별열차를 운행했다.
슈비트코이 장관은 기념사에서 “그의 작품을 주의 깊게 읽으면 현재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며 톨스토이 문학의 영원성을 강조했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러시아 문학사상 최대 규모의 상금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삼성톨스토이문학상의 첫 시상식도 거행됐다.
2만달러(약 2300만원)의 상금은 단편 ‘타만에서의 가을’을 쓴 빅토르 리호노소프에게 돌아갔다. 심사위원단은 “리호노소프는 톨스토이 이후 러시아의 풍부한 산문적 전통을 이어받은 독특한 문체를 보여주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 |
한국계 작가로 심사위원장인 아나톨리 김은 “구소련 시절의 레닌문학상은 작품성보다는 이념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기존의 부커(Booker)상이나 솔제니친상은 러시아를 대표하는 문학상으로는 미흡했다”며 “해마다 가장 큰 문학적 성과를 거둔 작가를 골라 시상하는 최고 권위의 문학상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상금과 운영 경비 등 7만달러를 후원한 삼성전자 장창덕(張昶德·52) 삼성전자 러시아 법인장은 “러시아 사회에 대한 삼성만의 고유한 공헌방법으로 문학상 제정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 |
톨스토이가 러시아에서 여전히 깊은 반향을 얻고 있는 것은 문학성뿐 아니라 역사에 대한 그의 예언자적 통찰력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간 ‘이즈베스티야’의 문학담당 기자인 안나 페디나는 “대작 ‘전쟁과 평화’에서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생명력은 소련붕괴와 체제변혁 등 격변을 겪고 있는 오늘날의 러시아인들에게도 위안이 되며 ‘카프카스의 포로’에서 그려진 상황은 현재의 체첸사태와 놀라울 정도로 일치한다”고 말했다.
야스나야폴라냐(러시아)=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