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 '켈리청문회'서 WMD조작설 부인

  • 입력 2003년 8월 28일 23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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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무기 정보 조작 논란으로 집권 6년 만에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28일 국방부 무기 전문가 데이비드 켈리 박사 자살사건 진상 조사를 위한 청문회에 출석해 조작설을 전면 부인했다.

블레어 총리는 이날 증인으로 나와 2001년 9·11테러 이후 지시를 내려 ‘악의 축’ 국가로 지목된 이라크 이란 북한의 위협을 평가하는 정보 보고서를 지난해 3월 최초로 작성케 했으며 9월 이라크 부분만을 별도로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라크전쟁이 발발한 때보다 훨씬 전에 지시를 내렸으므로 참전 명분 쌓기를 위해 무기 정보를 과장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는 “‘이라크가 45분 안에 생물화학무기를 배치할 수 있다’는 보고서 내용이 BBC의 보도대로 조작됐다면 이는 내가 사임해야할 중대 과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이라크 무기 정보 보고서가 조작됐다고 BBC에 제보한 취재원인 켈리 박사의 신원을 공개하는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7일 증인으로 나왔던 제프 훈 국방장관은 “켈리 박사를 취재원으로 지목하는 ‘이름 공개 작전’에 총리실이 개입했다”고 증언한 바 있어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 여론 조사에 따르면 영국민의 67%는 블레어 총리가 국민을 속였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61%가 그보다 BBC를 더 신뢰한다고 밝혔다.

이날 청문회가 열린 런던 중심가 법원인 ‘로열 코트’ 인근에는 100여명의 반전 운동가들이 피노키오 가면을 쓰고 나와 블레어 총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등 국내외의 관심이 집중됐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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