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는 사실확인도 안하고 촌지도 관행"

  • 입력 2003년 8월 22일 15시 19분


정순균 국정홍보처 차장이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에 "한국 기자는 사실 확인을 안하고 보도한다. 과거에 정기적으로 봉투를 받았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실어 파문이 일고 있다.

정 차장은 22일자 AWSJ에 실린 이 기고문에서 "(현재형으로) 한국 기자들은 1차적인 사실 확인도 안한다. 그래서 개인은 명예훼손을 당하고, 기업들은 손실을 입는다"며 "지난 5개월간 정부가 정정보도 및 반론청구한 사안의 80%가 받아들여졌다는 데서 이런 사실이 입증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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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차장은 또 "(과거형으로) 정부가 가판신문을 보고, 조간신문 배달 전에 신문사 편집국에 전화를 걸고, 이 과정에서 언론에 혜택을 주고, 영향력 있는 기자들에게 밥 사고 술 사고, 정기적으로 현찰봉투를 돌린다"며 "그래서 한국 정부는 이런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언론개혁을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차장은 이어 자신의 기고문은 AWSJ가 18일 사설에서 "한국 정부가 무리하게 언론을 옭죄고 있다"고 지적한 내용에 대한 반박 차원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AWSJ 사설이 나온 뒤 곧 바로 브리핑을 통해 비판 의견을 낸 바 있다.

일선 기자들은 정 차장의 기고문 내용을 전해 듣고 "촌지관행은 이미 사라진 마당에 이런 글이 해외의 영향력 있는 매체에 실린 것이 기자들의 명예를 크게 훼손한 것"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정순균 차장 일문일답

"결론부터 말하면, (AWSJ에 보도된 기고문은) 원래 한글 원문의 의도와 다르게, 영문번역 과정에 오류가 있었다는 것을 말씀 드린다."

"8월18일자 월스트리트 저널이 대통령의 손배소에 대한 사설을 실었다. 비판적이었다. 차장 명의로 해명서를 밝히는 것이 좋다고 의견이 모아졌고, 글을 보냈다. (결과적으로)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

"원래 원문에는 노무현 정부가 안타까운 것을 크게 두가지 들었다. 아니면 말고식의 보도태도와 권언유착으로 보도되는 과거정부와의 관계가 그것이다."

"이 내용이 영문으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됐던 <정기적으로 금품을 제공받은 것처럼> 번역됐다. 기본 입장은 이와는 다르다는 것을 밝혀 둔다."

-번역된 것을 안 읽어봤나.

"해외홍보원이 보내는 과정에서 충분히 검증을 거치지 못했다. 영문으로 번역해 온 것과 게재된 것이 다르다. 지면사정상 축약됐다."

-자의적으로 축약했나. 라는 표현도 자의적인가?

"맞다."

-번역은 누가.

"해외홍보원이 한글로 쓰고, 내가 수정했다. 수정된 내용으로 홍보원 외신과에서 번역했다. 보낸 것 나는 안 읽었다. 원문은 신문에 난 뒤 읽었다."

-누구 책임이냐.

"모든 것이 내 책임이다."

-원문에서 지적한 <아니면 말고식 보도>란 뭐냐.

"사실관계 검증 없이 받아서 쓰고, 언론에 보도된 것에 대해서 정치권이 바로 가져다가 확대해석하는 핑퐁식을 지칭한 것이다."

-왜 한국언론을 싸잡아 공격하나. 사임까지 포함해 책임지는 것이냐.

"사임할 이유가 된다면 그렇게 하겠다."

▶정순균차장 AWSJ 기고문 원문 전문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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