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금속노조 파업 자진 철회…협상결렬불구 "국가경제 우선"

  • 입력 2003년 6월 29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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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싸웠지만 졌다. 이 싸움으로 우리가 깨달은 쓰라린 진실은 파업이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클라우스 즈비켈 독일 금속노조 위원장은 28일 사용자측과의 협상이 결렬된 뒤 비통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4주째 파업을 벌여온 동독지역 금속노동자 31만명에게 30일부터 업무에 복귀할 것을 당부했다. 1954년 이후 ‘노조 불패(不敗)’ 신화를 자랑하던 독일 금속노조가 패배를 인정하고 파업을 철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독일 금속노조는 동서독 금속노동자간 노동시간 격차 해소를 요구하며 파업을 계속해 왔다. 금속노조와 사용자측 대표들은 27일 오후부터 28일 오전까지 16시간 동안 밤샘 마라톤 협상을 벌였으나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금속노조측은 동독지역 금속노동자의 주당 노동시간을 앞으로 6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현행 38시간에서 서독지역 노동자와 같은 35시간으로 3시간 줄여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사용자측은 두 지역간 노동생산성 격차 때문에 ‘동일 노동시간, 동일 임금’이 적용된다면 기업들은 임금이 싼 동구권으로 공장을 옮겨 실업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주당 노동시간을 1시간 줄여 37시간으로 축소할 수는 있다고 밝혔다. 결국 협상은 결렬됐고 양측은 서로를 비난하며 협상 장소를 떠났다.

그러나 통일 이후 최대 경제 위기를 맞고 있는 독일의 국민여론이 금속노조의 파업 철회를 원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도 노사 협상에 앞서 “기우는 독일 경제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빠른 타결이 필요하다”고 호소했었다.

협상이 결렬되자 금속노조 내부에서도 파업 장기화는 침체된 국가경제에 심각한 내상을 입힐 것이란 의견이 나왔다. 결국 안팎의 여론에 밀린 노조지도부는 파업 철회를 결정하게 됐다.

이에 앞서 금속노조의 파업 방침에 따라 자동차 변속장치를 생산하는 부품업체 ZF의 파업으로 BMW자동차가 지난주 자동차 조립 공장 2곳을 폐쇄했었다. 볼프스부르크 소재 폴크스바겐자동차 조립 라인도 84년 이후 처음으로 가동이 중단됐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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