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풍자화가 모르슈완느 그림책 국내 출간

  • 입력 2003년 5월 27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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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지도자를 개에 빗댄 책이 나와 화제를 모으고 있다.

프랑스 작가 로랑 제라가 글을 쓰고, 장 클로드 모르슈완이 그림을 그린 ‘세상을 지배하는 개들’(문학세계사)은 각국의 전현직 대통령과 교황 등 세계 지도자 29명의 얼굴 특징과 성격, 정책 스타일을 신랄하게 분석해 가장 흡사한 ‘견공’에 비유했다.

이 책은 사냥개 및 전투견, 경비견 및 작업견, 애완견 및 호사견 등 세 그룹으로 인물을 분류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사냥개 그룹의 ‘코커 스패니얼’로 묘사됐다. 불법 폭력 패거리를 맹렬히 추격 중이며 지구를 구하겠다며 맹연습 중이다. 사육시 ‘무기(武器)질’류 사료를 주는 것은 절대 금지된다.

경비견 그룹에 속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복제품 알레르기가 있어 복제양(羊) 돌리를 보면 온몸을 떠는 세인트 버나드 종(種)으로 그려졌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플루토. 애완견 그룹에 속하며 ‘짖어라’라고 명령하면 앞뒤 안 가리고 짖는다.

“다 죽여라, 신께서 알라의 개는 살려주실 것이다”는 신조 아래 집 잃은 개들을 모아 세상을 개판으로 만들 계획을 세운 아프간하운드는 국제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

‘사냥개 및 전투견’과(科)에 속하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한국산 진돗개’로 비유됐다.프랑스어 원본에는 없었으나 프랑스 출판사측 요청으로 한국어판에 관련 내용이 추가됐다. 가끔 신물이 날 정도로 종이신문을 씹는 ‘특이사항’을 갖고 있으며, 신문사 사장집 고양이와는 씻을 수 없는 원한이 있어 틈만 생기면 으르렁거린다고 한다. 부잣집 개들과는 사이가 좋지 않아 애완용 개나 족보가 있는 비싼 개는 무조건 공격 대상. 때와 장소를 가려 짖는 눈치가 모자라 스스로 곤경을 자초하는 단점이 있으며 연약한 면도 있어서 곧잘 운다고 책은 밝히고 있다. 늙거나 보수적인 사람들은 키울 수가 없고,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고집스러운 정신으로 승리를 거둔다.

프랑스 정치인을 각종 짐승에 비유한 책 ‘우리를 다스리는 짐승’을 펴내 40만부 이상 판 저자는 “신경질 나는 상황에 사람들은 왜 순진하고 말 잘 듣는 ‘개’를 걸고 넘어지는 걸까를 고민하다가 세계를 지배하는 개떼를 모아 놓으면 가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책을 쓴 이유를 밝혔다.

노 대통령은 최근 “국외에서 볼 때 ‘한국이 개판이구나’ 생각이 들어도 이런 민주주의 한번 하자는 게 내 소망”이라고 말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개판이구나’란 생각이 들어도 이런 책 한번 내보자는 소망”을 가졌던 걸까.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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