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정50주년 앞두고 기록쏟아내는 성산

  • 입력 2003년 5월 26일 16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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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 에드먼드 힐러리와 네팔인 셰르파 텐징 노르게이의 에베레스트 등정 50주년(29일)을 앞두고 갖가지 기록이 쏟아지고 있다.

네팔인 라크파 겔라(36)는 26일 새벽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의 최단 시간 등정 기록을 세웠다고 외신이 전했다. 그는 25일 오후 5시(현지시간) 베이스캠프를 출발해 어둠 속에서 걸음을 재촉, 10시간56분만에 등정에 성공했다. 이로써 그는 생애 10번째로 에베레스트 꼭대기에 올랐다.

이번 기록은 23일 네팔인 펨바 도지(39)가 이전의 최단 시간 등정 기록을 무려 4시간이나 앞당기며 12시간45분만에 등정한 기록을 3일만에 갈아 치운 것이다.

최근 등정 50주년을 앞두고 세계 곳곳에서 500여명의 산악인이 몰려와 에베레스트에 오르고 있다. 원래 등정에는 몇 주가 걸리기도 하지만 겔라와 도지는 최근 곳곳에 설치된 로프와 사다리 등을 이용할 수 있어 기록 갱신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23일에는 미국 장애인 등반대 '팀 에베레스트 2003' 소속인 개리 존 굴러(37)가 팔 하나가 없는 역경을 이겨내고 셰르파 네 명의 도움을 받아가며 등정에 성공했다. 22일에는 최연소(15세 네팔 소녀 밍키파) 최고령(70세 일본인 미우라 유이치로) 기록이 같은 날 수립됐다. 이날만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등반가 등 최소 31명이 등정에 성공했다.

그렇다고 해서 에베레스트가 '뒷동산'이 된 것은 아니다. 25일에는 프랑스 원정대 중 3명이 실족 부상해 내려왔으며, 24일에는 정상을 코 앞에 둔 영국 등산가의 다리가 부러지자 영국 해군 소속 탐험대가 등정을 포기하고 그의 하산을 도왔다.

네팔 카트만두에서는 25일부터 등정 50주년 기념 대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주인공인 힐러리경(83)은 23일 휠체어에 실린 채로 도착해 "카트만두에 돌아와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힐러리와 함께 등정한 노르게이(작고)의 아들인 잠링도 참석했다. 노르게이 부자(父子)는 에베레스트에 오른 최초의 부자다. 노르게이의 손자인 타시는 "힐러리처럼 할아버지도 영국 여왕으로부터 작위를 받았어야 했다"고 당시의 불공평한 대우를 지적했다.

이 외에 최초의 여성 등정자인 일본인 다베이 준코, 산소통 없이 정상에 오른 오스트리아인 페터 하벨러 등 수십명의 등정자들이 속속 카트만두로 들어오고 있으며 네팔 정부는 29일 이들에게 훈장을 수여할 계획이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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