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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5월 21일 19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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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전직 북한 고위 관리라고 밝힌 이 탈북자는 20일 미 상원 행정위원회 산하 재무관리 예산 국제안보 소위원회가 ‘마약, 위조지폐, 무기 확산과 북한 커넥션’을 주제로 개최한 청문회에서 이같이 증언했다.
그는 “김일성(金日成)이 1980년대 초 함경북도 현지 시찰에서 아편을 재배해 마약을 생산한 뒤 외화를 벌어들이라고 지시했다”면서 “1998년부터는 협동농장마다 10정보씩의 아편을 재배하라는 지시가 중앙에서 내려왔다”고 말했다.
북한은 함경북도 청진시 나남 구역에 있는 제약공장에서 아편으로 마약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 공장에는 태국에서 데려온 7, 8명의 마약 전문 제조업자들이 마약 생산에 종사하고 있다는 것.
그는 북한은 헤로인과 히로뽕을 각각 월 1t씩 생산하며, 생산된 헤로인은 336g 단위로 포장해 태국산으로 위장하고 히로뽕은 1kg 단위로 파는데 생산국은 표시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마약을 중국 국경지역을 통해 중국 홍콩 마카오 러시아 등에 내다 팔고 있으며 서해와 동해를 통해 국제 마약 밀수업자들과도 거래하고 있다”면서 “특히 한국과 일본에 대량으로 밀거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1년 12월 남한 당국이 부산항에 들어온 배에서 다량의 마약을 적발했는데 당국은 그 마약이 어느 나라에서 생산된 것이라고 밝히지 않았지만 그것이 북한산이었던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인접한 국경지역에서는 헤로인과 히로뽕이 kg당 1만달러에, 해상에서는 kg당 1만5000달러에 거래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자강도의 미사일 공장에서 유도장치 생산 담당 기술과장으로 근무했다는 탈북자 이복구씨는 “북한은 총련을 통해 만경봉호로 미사일 부품을 실어 날랐다”고 증언했다.
이씨는 “만경봉호는 3개월에 한번씩 들어왔으며 그때마다 우리가 직접 차를 갖고 항구에 가서 부품을 가져왔다”면서 “북한은 미사일 유도장치 부품의 90%를 일본에서 들여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1989년 여름에 다른 5명의 기술자들과 이란에 가서 미사일 유도차량에 탑승해 미사일 발사실험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편 총련은 21일 ‘미사일 관련부품을 만경봉호로 운반했다’는 증언과 관련해 “그것은 완전한 날조”라고 반박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히로뽕 선적 배 나진서 출항 북한에서 제조 가능성 높아”▼
탈북자가 미 상원 소위원회에서 2001년 부산항에서 적발된 히로뽕에 대해 “북한산이 확실하다”고 주장함에 따라 히로뽕 제조자와 반입 경위가 다시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지검 마약부는 히로뽕을 싣고 온 선박의 출항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단순히 히로뽕 91kg을 압수했다고만 발표했다.
검찰은 당시 마약 1000kg이 화물선에 실려 필리핀으로 옮겨진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60여개의 컨테이너 가운데 8, 9개를 수색하다가 문제의 히로뽕을 찾아냈다.
지난해 4월 문제의 히로뽕을 싣고 온 배는 중국 선적의 2000t급 화물선 추싱호였고 북한 나진항에서 출항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 배는 부산∼나진 항로를 l주일에 1회 정도 운항하는 정기 화물선이었다.
탈북자의 증언은 히로뽕을 실은 배의 선적에 관한 근거 있는 정보를 갖고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증언대에 선 탈북자는 북한산 히로뽕이 1kg 단위로 팔린다고 주장했으며 실제로 적발된 히로뽕은 중국산 당면 박스 속에 1kg씩 포장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뤄볼 때 문제의 히로뽕은 실제로 북한에서 제조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검찰 관계자들도 말한다.
이 사건과 관련, 당시 남북 관계의 악화를 우려한 관계기관의 요청 때문에 검찰이 마약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마약 제조지와 반입 경위를 밝히지 않았다는 관측도 있다.
지난해 한 관계자는 “북한과의 분쟁 가능성 등을 들어 출항지 등을 공개하지 말자는 의견이 제기됐다”면서 “마약 운송선의 이름과 출항지를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결정이 검찰 자체 판단인지, 아니면 다른 기관이 개입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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