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선자금 2억달러 모으기’ 시동

  • 입력 2003년 5월 20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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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대 대통령 중 조지 W 부시 대통령만큼 선거 자금 모으는데 재능과 열의를 겸비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전쟁으로 잠시 소홀히 했던 ‘대선 자금 2배 모으기 작전’에 나섰다”고 20일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21일에도 1200만달러 모금을 목표로 주요 재력가들을 워싱턴 컨벤션센터에 초청해 ‘대통령의 만찬’을 연다. 또 부시 대통령의 재선팀은 이번주부터 기부를 청하는 편지 100만통을 발송한다.

2000년 대선에서 부시 후보측은 개인들로부터 1억100만달러의 기부금을 모았다. 정부 지원금 등을 합한 공화당 총 대선 자금은 1억9300만달러였다.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의 자금은 1억3200만달러였다. 민주당과의 모금액 격차는 2004년에는 더욱 커질 전망.

2004년 부시 대통령은 자신의 기록을 무난히 경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개인 기부금 목표액은 지난 대선 때의 2배인 2억달러다. 자금 담당은 지난 대선에서 60만5000달러를 모았던 머서 레이놀즈가 유력하다.

부시 대통령은 ‘파이오니어’라는 지역별 모금 조직으로도 유명하다. 2000년 대선 당시 파이오니어는 212명. 이 중에는 엔론의 전 회장 켄 레이, 하버그룹 회장인 샘 폭스, 아메리칸 인터내셔널그룹의 회장인 모리스 그린버그 등이 있다.

파이오니어 중 19명은 대선 이후 대사로 임명됐고, 톰 리지 국토안보부 장관 등 2명이 입각했으며, 43명이 공공직을 제안받았다.

2004년에는 300여명의 파이오니어가 뛸 전망. 파이오니어들의 모금 목표는 각 10만달러 정도다. 지난 선거 때는 개인이 낼 수 있는 기부금 상한이 1인당 1000달러였지만 이번에는 2000달러로 늘어 파이오니어들이 더 활발히 활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의 목표는 단지 재선에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앞으로도 오래도록 ‘공화당의 세대’를 맞게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미국이 계속 부자의, 부자에 의한, 부자를 위한 정부를 갖게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부시 대통령의 측근인 정치전략가 칼 로브는 1897년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이 ‘공화당의 시대’를 연 것에다 2004년 대선을 견주고 있다. 매킨리 대통령 이후 1933년까지 우드로 윌슨 대통령만 제외하고 6명의 대통령이 공화당 출신이었다. 1896년 매킨리 후보의 자금을 담당했던 마크 하나는 “정치에는 중요한 게 2가지가 있죠. 첫째는 돈이고, 둘째는 기억이 안 나는 군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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