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하루 7000여명 접촉 공항의료진 사스감염공포

  • 입력 2003년 4월 30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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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감염될 가능성이 특히 높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사스 환자를 접촉할 가능성이 큰 의사, 간호사, 검역관 등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동네 병의원에서는 갑자기 사스 의심환자가 나타났을 때 2차 감염을 막을 뾰족한 대책이 없어 불안감 속에서 환자를 보고 있다.

또 인천국제공항 검역요원들은 검역 과정에서 격리된 승객이 사스 추정환자로 판명된 뒤 이 환자와 접촉한 의료진이 교체되자 초조함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떨고 있는 의사들=동네 의원들은 공항 검역대를 무사히 통과한 여행객들이 며칠 뒤 고열, 마른기침 등 사스 초기 증세가 나타났다며 병원을 찾았을 때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 영림내과 장동익(張東翊) 원장은 “하루에 감기 환자 20∼30여명이 오지만 왜 열이 나는지 물어봐도 제대로 대답을 하지 않는다”며 “누가 사스 의심환자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보건소에 신고할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나도 모르게 사스에 감염된 뒤 다른 환자들에게 퍼뜨릴 가능성 때문에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서울 강서구 등촌동 연세가정의학과 의원 정용표(鄭容杓) 원장은 “환자 진료 때 사용하려고 마스크 3, 4박스를 구입했지만 환자가 겁을 먹을까봐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당장 사스 의심환자가 와도 어떻게 할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의심되는 환자가 나타나면 격리한 뒤 당국에 신고해 격리병원으로 옮기도록 일선 병원에 지도하고 있지만 의사들은 “도대체 어디에 격리해야 하는 것이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공항의 의료진도 두렵다=중국에서 들어오는 하루 평균 7000명가량의 승객을 접촉하고 있는 인천공항 의료진은 늘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어 불안하다.

승객들을 대상으로 검역설문을 조사하고 체온을 재는 의료진은 검사대에 알코올 로션을 비치해놓고 수시로 손을 세척하는가 하면 승객들과의 대화를 가급적 삼가고 있다.

인천공항검역소의 한 검역관은 “사스 감염을 막으려면 마스크, 위생장갑, 방호복, 안경, 수술용 면역장갑 등의 보호장비를 착용해야 하지만 근무 여건상 그럴 수 없다”고 호소했다.

현재 이들 의료장비는 군의관 8명에게만 지급돼 있다.

이종구(李鍾求) 인천공항검역소장은 “검역원 모두 보호장비를 착용할 경우 승객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마스크와 위생장갑 등 최소한의 장비를 갖추도록 했다”며 “비상 상황이 되면 생물테러 방지용 장비를 모든 검역요원에게 지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인천=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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