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스 숨기다 확산시킨 중국

  • 입력 2003년 4월 21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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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정부가 뒤늦게 칼을 빼들었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진원지로 지목돼온 중국이 지금까지의 사스 은폐사실을 시인하고 고위간부를 문책한 것이다. 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된 지금에야 중국정부가 이 같은 조치를 내리는 것은 이 나라 정부의 도덕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사스에 대한 중국의 대응을 보면 이 나라가 과연 유엔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사회 지도국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의심케 한다. 지난해 11월 첫 환자가 발생했을 때 중국이 신속하게 이 신종전염병의 출현을 세상에 알리고 적절한 조치를 취했더라면 오늘날 3800여명이 감염되고 200여명이 숨지는 세계적 비극으로까지 번지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정치적 경제적 목적을 위해 사스에 관한 보도를 통제했고 그 사이 사스는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었다. 세계보건기구(WHO) 조사단이 방중했을 때도 중국정부는 병원측에 사실을 숨기도록 명령했다. 국제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도덕적 의무마저 외면한 것이다. 그 결과 중국은 20일 현재 1807명이 감염되고 79명이 숨짐으로써 정치적 경제적으로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우리나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아직까지 국내엔 ‘의심환자’만 있을 뿐 ‘환자’는 없다. 그러나 환자가 없기 바라는 마음에서 사스 판정기준을 애매하게 적용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적지 않다. 최근 사스 자문위원회 내의 잡음도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한다.

국민건강에 대한 정책과 방역에 대해서는 아무리 세심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생명이지 국가의 위신이 아니다. 보건당국은 환자가 없기만을 바랄 것이 아니라 만에 하나 환자가 발생하더라도 철저한 관리조치로 더 이상의 확산을 효율적으로 막는 것이 옳다.

중국의 사태는 우리에게 또 다른 교훈을 준다. 정부가 진실을 감추고 보도를 통제할 때 어떤 결과가 빚어지는지 우리 정부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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