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人天下’ 핀란드…여성 대통령 이어 첫 여성 총리 취임

  • 입력 2003년 4월 15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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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에 ‘여인시대’가 열렸다. 세계 최초로 여성 대통령과 여성 총리가 국정을 이끌어 나가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16일 총선에서 승리했던 중도당의 아넬리 예텐마이키 당수(48)가 14일(현지시간) 한 달여 동안의 연정 협상 끝에 사회민주당과 스웨덴인(人)당과의 연정 구성에 성공해 핀란드 사상 첫 여성 총리가 됐다. 2000년 취임한 타르야 할로넨 현 대통령(60·사민당) 역시 핀란드의 첫 여성 대통령이다.

할로넨 대통령과 예텐마이키 총리는 총선 전까지 여야로 맞서 왔으나 이번 연정 구성으로 ‘같은 배’를 타게 됐다. 할로넨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당시 중도당의 에스코 아호 당수를 누르고 대통령이 됐고, 예텐마이키 총리는 패배한 아호 당수의 뒤를 이어 야당인 중도당을 이끌어 왔다.

야당 시절 사민당 정권을 신랄하게 비난했지만 이제는 할로넨 대통령과 협력해야 할 처지가 된 예텐마이키 총리는 “모든 계층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고 말했다.

새 연정은 ‘적토(赤土·red earth) 정부’로 불리고 있다. 농민당의 후신인 중도당에서 ‘흙’을, 온건좌파인 사민당에서 붉은색을 따왔기 때문이다.

할로넨 대통령과 예텐마이키 총리는 모두 변호사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예텐마이키 총리는 중도좌파 연립정부(94∼95년)에서 법무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핀란드 정계에서 여성 파워는 유명하다. 이번 총선 직전 리이타 우오수카이넨 의회 의장(60)이 정계를 떠나지 않았다면 국가 원수와 내각 수반, 입법부 수장까지 여성이 차지할 뻔했다.

수도 헬싱키의 시장 에바 리타 시토넨도 여성이다.

지난 내각 각료의 3분의 1이 여성이어서 첫 여성 총리가 이끄는 새 내각에서는 여성 장관이 얼마나 나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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