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빌라 로마風조각-美製집기 가득

  • 입력 2003년 4월 11일 19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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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시내 티그리스 강변에 있는 사담 후세인 대통령 빌라와 타리크 아지즈 부총리 집에 10일 일부 시민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갔다. 함께 들어간 워싱턴포스트 기자의 보도에 따르면 이들의 집에서는 서구 문물의 흔적이 많이 눈에 띄었다.

후세인 대통령의 5층짜리 빌라의 정원은 강으로 직접 연결돼 있었다. 보수공사 도중 미사일 공격을 받았던 이 집의 정원에는 로마풍의 누드상 조각들과 금박 입힌 사자상, 수영장과 대형스크린, 후세인 대통령의 흉상, 일가족이 모두 새겨진 벽화가 있다.

실내 천장은 천사들이 푸른 하늘의 구름 속에 노니는 그림으로 꾸며져 있어 바티칸시국의 시스티나 성당을 연상케 했다. 옷장에는 수백벌의 여성 정장과 구두가 가득 차 있다. 주치의 사무실이 따로 있으며, 욕실에는 크리스티앙 디오르 타월이 가득 포개져 있고, 옆의 헬스룸에는 실내자전거와 피트니스 비디오들이 놓여 있다. 거실과 장난감 방에는 갖가지 동물인형과 스파이더맨, 백설공주 등의 인형, 미국제 장난감들이 널려 있고, 벽에는 스누피 포스터도 붙어 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아지즈 부총리의 4층짜리 집 곳곳에는 서양 문물에 대한 주인의 깊은 관심과 교양이 곳곳에 배어 있다. 사진틀에는 부인과 볼룸댄스를 즐기는 모습,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찍은 가족 사진 등이 들어 있다. 바트당 지도부 가운데 유일한 천주교 신자답게 집안 곳곳에 예수와 성모마리아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서가에는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이란의 고 호메이니옹의 저서들, 미 중앙정보국(CIA)에 관한 책들이 수십권 꼽혀 있다. 유리 장식장에는 ‘대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등 미국 영화 DVD가 50개 이상 있다. 서가와 침실에는 코냑병이 널려 있고, 욕실에는 보그, 코스모폴리턴 등 미국 여성 잡지들이 널려 있다. 대니얼 스틸의 연애소설도 펼쳐져 있었다.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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