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의 행방이 여전히 오리무중인 가운데 미국이 예상과 달리 별다른 저항없이 바그다드를 쉽게 함락할 수 있었던 것은 이라크 지도부와 미국과의 비밀협상 때문이라는 추측이 10일 아랍국 언론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아랍권 신문인 알 하야트는 외교소식통을 인용, 이라크군 고위 간부와 수니파 지도자들은 수도 바그다드를 비롯해 수니파의 근거지인 모술, 키르쿠트, 티크리트 등 북부 3대 도시에서 대규모 격전을 피하기로 미군측과 타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또다른 아랍 일간지 알 아흐라르도 이라크 공군 사령부의 간부와 미 정보기관 관리들이 이라크 지도부들의 현 위치를 보장하는 조건으로 바그다드의 병력을 철수시키기로 비밀 협상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아랍의 CNN'으로 불리는 아랍어 방송인 알 자지라 역시 미 중앙정보국(CIA)이 이라크가 저항하지 않는 대가로 후세인 대통령 일가와 이라크 지도부의 망명처를 논의중이라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후세인의 행방과 관계없이 미국은 정치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그의 목을 조여들어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0일 미국 등은 현금과 보석, 부동산 등 후세인의 자산 12억달러를 몰수했다고 보도했다. 후세인의 영향력 아래 있던 법인 이름으로 된 이 자산은 이라크 개전 비용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미국은 지난달 이미 전쟁 개시와 동시에 16억2000달러 규모의 미국내 이크 자산을 동결조치했었다.
이미 걸프전 이후 독일이 후세인 정부가 독일 은행에 예치한 1200만달러의 현금에 대해 자산 동결 조치를 취한 데 이어 11개 국가들이 이라크 자금을 동결했으나 이를 아예몰수해 달라는 미국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후세인이 해외 곳곳에 숨겨놓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자산 규모는 적게는 20억달러부터 많게는 400억달러까지 설이 분분하다.
미국 관리들은 후세인이 1991년 걸프전이 끝날 무렵에 300억달러 규모의 비밀 개인 자금을 갖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2000년에는 70억달러로 줄었들었고 지난달에는 20억달러 정도만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사라진 돈은 대부분 대통령궁 건립과 무기 구입에 사용됐다는 관측이 많다.
스위스 은행측은 2001년말 기준으로 스위스에 예치된 이라크 자산 규모는 3억달러를 조금 넘는다고 밝혔으나 전문가들은 이라크가 기준 가격 밑으로 몰래 판매한 오일 자금까지 포함한 실제 규모는 이를 훨씬 웃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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