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전 11일째 연합군 폭격 강화…이라크 자살폭탄테러 감행

  • 입력 2003년 3월 30일 19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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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 개전 11일째인 30일 미·영 연합군은 이라크 주요 시설에 대한 폭격을 더욱 강화했으나, 보급선이 취약해진 지상군 선봉대는 바그다드 남쪽 70㎞지점에서 추가 진격을 멈춘채 전력 증원을 기다렸다.

이와 관련, 공습을 당초 계획보다 더 확대해 이라크 지상군 전력을 최대한 무력화시킨뒤 본격 지상전투에 나서야 한다는 미군 야전 지휘부와 속전속결을 원하는 미 행정부간에 의견 차이가 커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날 연합군 선봉대인 미 보병 제3사단을 비롯, 나시리야 등 중남부 전선에서 교전중인 연합군 부대들이 보급품을 제대로 못받았다고 아사히신문을 비롯한 각국 종군기자들이 전했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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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안팎의 통신시설 및 공화국 수비대 진지에 대한 폭격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28일 오후 6시경 바그다드 서부의 한 시장에 미사일이 떨어져 민간인 62명이 숨지고 107명이 다쳤다.

이라크정부는 "천인공노할 연합군의 전쟁범죄"라고 비난했으나, 영국 정부는 이라크군의 지대공 미사일이 오작동으로 떨어졌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29일 오후에는 중부 나자프 인근의 검문소에 한 이라크군 장교가 택시를 몰고 자살폭탄 공격을 해 미군 4명(이라크측은 미군 11명 사망 주장)이 숨졌다. 이와 관련, 타하 야신 라마단 이라크 부통령은 29일 "이제 시작에 불과하며 곧 더 기쁜 소식을 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이라크의 통상적인 군사적 수단"이라며 "우리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우리 땅에서 적군을 섬멸할 것이며 적군을 그들의 땅까지 쫓아갈 것"이라고 강조, 미국내 테러 가능성을 경고했다.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들은 이라크 정예 마디나 사단이 수일간의 집중 공습으로 전력의 3분의 1가량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라크 군은 "지금까지 연합군 전투기 15대, 탱크 74대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미 국방부는 미 본토에 있는 미 육군 제2기갑연대병력을 예정보다 빨리 이라크로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개전이후 6000개의 정밀유도 무기를 투하했으며, 토마호크 크루즈미사일 675기 발사됐고, 발사된 토마호크 미사일중 7기만이 기계고장 등으로 목표에서 벗어났다"며 "현재 이라크 영토의 35∼40%가 후세인 대통령의 통제에서 벗어났다"고 주장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29일 주례 라디오연설에서 "우리는 지금 독재자의 가장 필사적인 부대와 싸우고 있다"며 "전투는 격렬하고 우리는 그 지속 기간을 모른다"고 말해 장기전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27, 28일 실시된 미 국민 여론조사결과 부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2주전보다 15% 포인트 상승한 68%를 기록, 6개월내 최고를 기록했다고 뉴스위크가 보도했다.

이라크국영 TV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이날 정부 각료들의 회의를 주재하는 장면을 방영하면서, 참석자들이 전쟁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강하게 피력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한스 블릭스 유엔 무기사찰단장은 29일 "이라크군이 한 병원에 남겨 놓은 3000여벌의 화학무기 보호용 방호복과 방독면에 대한 의문점은 남아있다"고 전제하면서 "하지만 아직까지 연합군은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WMD)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음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전황 상보

연합군은 29일 밤에 이어 30일 새벽에도 바그다드 내외곽에 배치된 공화국 수비대 진지에 대한 공습을 강화했으며 남부 바스라와 북부 모술, 발라크 등 거점 도시들에 대해서도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고 카타르 방송 채널인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바그다드에서는 이날 오전 2시(한국시간 오전 7시)쯤 공보부 건물 북서쪽의 정부 관리 거주지역 등 시내 중심부와 북부 등 여러 지역에서 4차례 거대한 폭발음이 들렸고 이 지역 아파트 건물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는 것이 목격됐다.

정부 관리 거주 지역의 아파트 지하에는 지하 벙커가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지역에는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연합군측은 한 시간 전에도 남서부 지역을 대대적으로 공습, 수십차례 폭음이 들렸으나 종군기자들은 공격 목표 등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알-자지라 방송은 전했다.

지난 하루동안 북부도시에 대한 연합군 공습은 개전 이후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연합군 공군기들은 전날에도 수 차례에 걸쳐 아브 가리브에 있는 대통령궁과 카라다의 정보사령부, 바그다드 내외곽에 배치된 공화국 수비대, 동부의 특수부대 훈련지 등을 집중 폭격했다고 미군 사령부가 30일 성명에서 밝혔다.

걸프해역에 있는 미 군함에서도 29일 밤부터 30일 오전까지 바그다드의 이라크군 사령부 등지에 약 20기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USS 키티호크 항모전투군단 공보 장교가 밝혔다.

특히 이날 폭격은 공보부를 포함한 이라크 정부청사가 밀집된 티그리스강 서쪽지역과 전화국 등 바그다드 곳곳에 위치한 통신시설에 집중됐다.

이는 통신망 및 정부 지휘 기능을 무력화시켜 이라크군 지휘부와 공화국수비대 등 일선 부대를 단절시키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전략 요충지 바스라에서도 30일 새벽 5시쯤에도 연합군의 대규모 공습을 받았다고 알-자지라 TV는 전했다. 모하마드 메흐디 살레 이라크 보건장관은 영국군의 공습으로 적재돼 있던 구호 식량들이 파괴됐다고 밝혔다.

연합군 공습에 따른 인명 피해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미 중부 사령부는 29일 집권 바트당 간부 200여명이 모여 있던 건물이 공습으로 파괴됐다고 밝혔다.

한편 영국 공군 소속 해리어기들은 중부 카르발라 인근의 대형 연료저장고를 폭파, 이라크군 정예 공화국수비대 탱크부대에 대한 보급선을 끊었다고 앤디 서다즈 중령이 밝혔다.

미군은 이라크 정예 공화국 수비대의 진용 변화에 따라 바그다드에 근접해 있는 미.영 연합군 지상군을 재편하고 있다고 미국의 MSNBC 방송이 보도했다.

이 방송은 미군이 바그다드 주변의 공화국 수비대의 방어 전략에 대응해 바그다드 공격 전술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 국방부는 병력 재편이 기본적인 전략 변경을 의미하거나 보급상의 문제를 반영하는 게 아니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미 중부사령부는 연합군이 군수품 보급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지상작전을 수일간 중단할 것이라는 일부 서방언론의 보도를 부인하며 "지상작전 중단은 없다"고 강조했다. 또 미 국방부는 증원 병력 중 일부를 예정보다 빨리 이라크에 파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 합동참모본부의 작전담당 부국장인 스탠리 맥크리스탈 소장은 29일 기자회견에서 루이지애나주 포트 포크에 주둔중인 미 육군 제2기갑연대병력중 일부가 계획보다 빨리 이라크로 떠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정확한 날짜는 밝히지 않았다.

맥크리스탈 소장은 최근 10만여 병력이 추가로 이라크에 배치되고 있다는 보도가 미군의 지상군 병력배치에 대한 판단이 전쟁 시작 후 바뀌었다는 잘못된 인상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증강병력은 몇 달 전에 계획된 것으로 병력 배치계획이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으나 "병력배치 계획은 항상 유연한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앞으로 이라크에 추가 배치될 부대는 텍사스주 포트 후드에 있는 제1기갑사단, 콜로라도주 포트 카슨의 제2기갑여단, 독일에 주둔한 제1기갑사단 등이다.

미군측은 개전 이후 30여명이 전사했다고 밝힌 가운데 지난 28일 해병 제1원정군 소속 병사 1명이 남중부 지역에서 이라크군과 교전중 험비차량에 치여 숨진데 이어 29일 오전에도 같은 부대 소속 해병 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라크 정부는 민간인 42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으나 군인 피해는 밝히지 않고있다. 이슬람 과격단체 안사르 알-이슬람이 장악하고 있는 이라크 북부 지역에서 미군의 도움을 받아 이들과 전투를 수행하고 있는 쿠르드 반군 130명이 사망했다고 미군 당국이 밝혔다.

미군은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알-이슬람을 이라크 북부에서 축출하기 위한 작전을 벌이고 있으며 연합군은 대규모 지상전에 앞서 바그다드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쉴새 없이 단행, 민간인 희생이 늘고 있다.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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