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준비된 게릴라戰'…과거 美고전사례 집중연구

  • 입력 2003년 3월 27일 19시 10분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이라크 중남부 나자프와 바스라, 나시리야 등지에서 게릴라전이 본격화되면서 연합군이 적잖은 타격을 입고 있다.

이라크 정규군 외에도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친위특수부대인 ‘페다인 민병대’, 집권 바트당 민병대, 전국의 부족민병대가 게릴라전의 주역이다. 이들은 수시로 민간인 복장과 차량으로 위장하고 전투 후에도 민가로 숨어들어 연합군의 공격을 따돌리고 있다.

이 같은 게릴라전은 후세인 정권이 1년여 전부터 과거 미군이 패배했던 전쟁과 전투를 연구 대상으로 삼아 치밀하게 준비해온 결과라는 게 해외언론의 분석이다.

영국 더타임스지는 26일 후세인과 군 수뇌부가 △소말리아에서 미군 헬기가 반군의 집중포화에 격추된 뒤 조종사를 구하기 위해 투입된 미 특수부대원 19명이 숨진 ‘모가디슈 전투’ △베트남전 때 미군 10만명이 희생된 베트콩의 치고빠지기 전술 △레바논의 미 해병대 막사에 자살폭탄 차량이 돌진해 250명이 숨진 ‘베이루트 자살폭탄 공격’ 등을 게릴라전 교본으로 삼고 있다고 보도했다.

23일 카르발라 인근에서 미 아파치 헬기가 격추돼 조종사 2명이 포로로 잡힌 사건, 같은 날 나시리야에서 미 제3보병사단 정비중대가 길을 잘못 들었다가 후방에서 갑자기 공격을 받아 12명이 실종되고, 이라크군의 위장 항복에 속은 미 해병대원들이 방심한 채 접근하다가 10여명이 사살된 것 등이 이번 게릴라전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와 관련해 더 타임스는 후세인이 지난해 바스라, 나시리야, 모술 등지에 무기와 교관을 보내 베트콩식 게릴라전 교육을 시켰으며, 전국 각지의 책임자들은 미국의 침공을 받을 경우 바그다드 군사령부와 통신망이 끊기더라도 전투를 계속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전했다.

후세인은 또 게릴라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바트당에 대부분의 권한을 빼앗겼던 지역부족장들을 최근 몇 달간 돈과 무기로 회유하면서 비정규군으로 양성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후세인은 25일 위성방송을 통해 부족장들에게 게릴라전 궐기를 촉구하기도 했다.

게릴라들의 자살공격도 연합군에는 공포의 대상이다. 26일 바스라 인근 알파우 반도에서는 한 민간인의 자살공격으로 연합군 탱크가 파괴됐다.

서방 군사전문가들은 수많은 자살폭탄테러 배후로 알려진 팔레스타인 출신 아부 니달이 지난해 여름 숨지기 전까지 이라크에 은신했던 점에 미뤄 볼 때 이라크가 자살폭탄 공격의 노하우를 습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AP통신은 26일 페다인 민병대가 전국 각지를 돌며 연합군을 겨냥한 자살공격을 감행할 아들을 내놓으라고 부모들에게 강요하고 있으며 이를 거부한 부자(父子)가 처형당한 일도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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