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北核 장기화땐 “올 성장 1.4%로 급락"

  • 입력 2003년 3월 9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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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위축이 뚜렷해지면서 주요 연구소들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9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민간연구소인 LG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이들은 당초 5%대로 잡았던 올 경제성장률을 4%대 이하로 낮춰 곧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이라크 전쟁과 북한 핵문제가 장기화되면 올 성장률이 1.4%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경연의 허찬국(許贊國) 선임연구위원은 “이라크전 및 북한 핵 문제 등 지정학적 위험이 본격적으로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면서 “만일 이라크 전쟁이 빨리 종결되더라도 북핵 문제가 지속된다면 올 경제성장률은 3.5%에 머물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한경연은 이날 ‘최근 경제 동향과 정책 제언’이란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가 생산 둔화, 물가 상승, 무역수지 악화, 주가 하락 등 경기 위축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면서 “경제상황이 예상보다 더 빨리 악화되고 있어 최악의 경우까지 대비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지난주를 고비로 이라크 문제는 어느 정도 시한이 정해졌으나 북한 핵문제는 아직도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어 장기화될 것을 우려했다.

만일 이라크 전쟁과 북핵 문제가 둘 다 미해결 상태로 지속되는 사태 때는 소비, 투자, 수출이 모두 위축돼 성장률 급락과 국제유가 급등으로 이어지면서 1970년대 석유파동 때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았다.

KDI는 다음달 10일경 올해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예정이다. 조동철(曺東徹) 거시경제팀장은 “지난해 말 5.3% 성장률을 내놓을 때도 상황이 비관적이면 4%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며 “최근 상황을 보면 비관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역시 지난해 말에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5.6%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으나 이를 낮추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연구원 김기승(金基承) 연구위원은 “지난해 말에는 올해 평균 유가를 배럴당 25달러로 가정했으나 이보다 훨씬 높아지는 등 여건이 많이 나빠졌고 새 정부 경제정책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서 “3월 중 성장률 조정 때에는 전망치가 상당폭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UBS워버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 등 외국 경제연구소도 최근 일제히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4%대로 낮췄다.연구소들은 북한 핵 문제가 지속된다면 상반기에 금리를 인하하고 하반기에 추가 재정 집행을 하는 등 경제정책 방향을 경기 부양 쪽으로 바꿔야 할 것으로 보았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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