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공격 계획" 盧 발언 잘못보도 소동

  • 입력 2003년 1월 19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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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통신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의 18일 KBS1 TV토론 발언 중 북한 핵 관련 발언을 잘못 해석해 ‘긴급뉴스’로 타전하는 바람에 미 백악관이 화들짝 놀라 이를 부인하는 ‘국제적 소동’이 벌어졌다.

북한 핵 문제에 대한 노 당선자의 답변은 이랬다. “지금 제 심정은 약간 ‘휴’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심경이다. 제가 처음 선거하고 당선되고 하던 그 시점쯤에는 미국의 강경파, 그것도 미국 행정부의 아주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북한에 대한 공격 가능성도 이야기하고 전쟁 가능성도 이야기하던 시기였다.”

노 당선자가 말한 ‘미국의 북한 공격 가능성’은 지난해 12월 23일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대 테러전과 대 이라크전, 북한에 대한 전쟁을 동시에 추구할 완벽한 능력이 있고, 그것은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고 말한 것 등을 의미한다고 노 당선자측 핵심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러나 AP 통신은 18일 밤 이 발언을 ‘미국 행정부의 일부 고위 관계자들이 지난달 북한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논의했다고 남한의 노 당선자가 말했다’고 ‘긴급뉴스(urgent)’로 보도했다.

마치 미국 행정부의 은밀한 대북 공격 계획을 노 당선자가 공개한 것처럼 보도한 것이다. 이 보도는 워싱턴 정가에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급기야 백악관의 지니 메이모 대변인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히고, 북한이 초래한 현 상황에 대한 평화적 해결책을 찾기를 원하고 있음을 시사해왔다”며 ‘AP 통신에 보도된 노 당선자의 발언’을 부인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CBS 방송도 ‘백악관의 한 관계자는 대북 공격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본 일이 없으며 노 당선자가 언급한 관리들이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직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노 당선자의 TV 토론을 본 뒤 ‘참 잘 했다’고 생각하며 간밤에 잘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난리’가 나 있었다”며 “당선자의 발언을 왜곡 보도한 AP 통신 측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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