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미디어그룹 경영진 줄줄이 물갈이

  • 입력 2003년 1월 15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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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거대 미디어 그룹들의 경영진이 줄줄이 쫓겨나거나 스스로 물러나고 있다.

10일 머라이어 캐리와 제니퍼 로페스를 발굴한 미 음악계의 거두 토머스 모톨라가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 회장직을 사임, 지난해 사임한 프랑스 비방디 유니버설의 장 마리 메시에르, 독일 베를텔스만의 토마스 미델호프 전 최고경영책임자(CEO)의 뒤를 이었다. 12일 사임의사를 밝힌 세계 최대 미디어 그룹 아메리카 온라인(AOL) 타임워너의 스티브 케이스 회장은 미디어 업계 경영진 물갈이를 상징하는 최대 사건.

월 스트리트 저널은 14일 “이 같은 경영진 물갈이는 거대 미디어 재벌들이 그동안 채택해왔던 ‘몸집 불리기’ 전략이 문제투성이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OL 타임워너와 비방디 등은 콘텐츠(영화 음반 테마공원 출판 등)와 유통망(TV 네트워크, 유선방송망, 인터넷 서비스제공)을 수직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시장을 지배하려는 꿈을 키워왔다. 그러나 AOL 타임워너는 두 기둥인 AOL과 타임워너가 물과 기름처럼 겉돌고 있다.

비방디는 유니버설의 영화와 음악, 그리고 TV 자산을 정보통신 기술과 결합해 언제 어느 곳에서든 소비자가 오락물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세계를 열겠다고 공언해 왔으나 지난해 프랑스 역사상 최대인 120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저널은 수직통합 실패원인의 한 사례로 “서로 치열하게 거래해야 할 경쟁자들인 유선방송 운영자와 프로그램 공급자가 한 우산 안에 들어감으로써 오히려 유착돼 버리는 점”을 지적했다. 비방디는 CEO를 제약업계 출신 장 르네 푸르투로 교체한 뒤 자회사들을 매각하는 회사 분할 작업을 벌이고 있다.

공룡처럼 비대해진 그룹의 실제 경영도 쉽지 않은 일로 드러나고 있다. 지금까지 미디어 업계에서 비아콤의 섬너 레드스톤(79)과 뉴스 코퍼레이션의 루퍼트 머독(71), 그리고 디즈니의 마이클 아이즈너(60) 등이 탁월한 경영인으로 손꼽히고 있으나 이에 버금가는 차세대 그룹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

저널은 영화채널인 HBO를 성공시킨 AOL 타임워너의 엔터테인먼트와 네트워크 부문 회장인 제프 뷰케스(50)를 꼽을 수 있지만 영화는 물론 출판, 인터넷 음반 등을 아우를 만한 경험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1세대 경영인들도 특정 분야에서만 능력이 입증된 것이어서 거대 미디어 재벌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미디어 업계에서는 업계 밖의 경영인들을 수혈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소니는 모톨라 회장의 후임으로 음반과는 전혀 무관한 NBC 방송 사장 출신 앤드류 랙(55)을 영입했고, 베르텔즈만은 음반 부문 책임자로 역시 TV출신인 롤프 슈미트 홀츠를 임명했다.

비아콤의 멜 카마진 사장(59)의 경우 비아콤을 가장 건실한 미디어 기업으로 성장시킨 덕택에 주가가 상승, 디즈니부터 AOL에 이르기까지 신임 CEO의 하마평에 단골로 오르고 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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