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기부양책 내주 발표]세금깎아 소비-투자 유인

  • 입력 2003년 1월 3일 18시 06분



《미국 정부가 당장 재정적자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를 접고 경기부양책을 꺼내들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개인소비 및 기업활력을 부추겨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는 ‘공화당식 해법’이 될 것은 분명하다. 지난해 12월 경기부양에 미온적이었던 폴 오닐 재무장관이 경질될 때부터 진작책 마련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부자만을 위한 감세’라는 민주당의 비판도 당장 세금을 덜 내게 되는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지 않을 터이고 금리도 바닥권(1.25%)까지 떨어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통화정책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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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경제학자 55명 설문

▽감세정책 내용=2001년 5월 의회가 통과시킨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첫 감세법안은 2001년 1월부터 10년간 한시적으로 1조3500억달러의 세금을 깎아주는 것이 골자. 이미 낸 세금은 일부 돌려주고 세율도 지난해 7월을 시작으로 2004년과 2006년 등 세 차례 단계적으로 내린다.

내주 공개될 감세안은 이 일정을 더욱 당기거나 항구적인 것으로 바꾸고 여기에 더해 주식배당금에 붙는 세금을 줄이는 한편 투자자와 기업에 대한 소득 공제혜택을 늘리는 방안이 포함될 전망. 다만 “부유층에 혜택을 준다”는 비난을 의식해 연소득 31만1950달러 이상의 고소득층에 적용하는 소득세율 38.6%는 내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감세정책 성공하려면=이러한 감세 조치는 세금을 내지 않아 여윳돈이 많아진 소비자와 기업이 각각 소비와 투자를 늘리고 이것이 성장률을 끌어올려 소득을 높이는 ‘선순환’ 궤도에 진입해야 성공할 수 있다. 이 고리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이미 2002회계연도(2001년 10월∼2002년 9월)에 5년 만의 적자(1590억달러)를 낸 정부 살림은 더욱 곤궁해진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등 외신은 최근 미국 내에서 부쩍 확산된 디플레 심리에 주목하고 있다. 앞으로 10년간 인플레이션 기대치에 따라 움직이는 미 재무부 장기채권의 이자율이 1.5%까지 떨어지는 등 미 소비자들의 만성적인 인플레 심리가 디플레에 대한 우려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

크리스마스 직전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은 “최근 상황은 전 세계적으로 각국 정부가 디플레이션에 관심을 기울일 만했다”며 디플레 위협을 공식 인정하기도 했다. 디플레 심리가 확산될수록 소비를 줄이게 돼 감세정책의 효과는 반감된다.

▽부시의 재선 승부수=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1991년 걸프전에서 승리했지만 재선에선 실패했다. 경제를 살리지 못한 때문이었다.

아버지의 실패를 잘 알고 있는 부시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의 크로퍼드 목장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경기부양책 발표를 내주로 예고했다. 대이라크전쟁의 흥분이 가라앉을 2004년의 재선가도를 밝힐 승부수로 경제회복을 선택한 셈.

그러나 미국경제가 보여주는 경제지표는 매우 혼란스럽다. 전미공급관리협회(ISM)가 최근 발표한 제조업지수는 폭등세를 보였지만 실업률은 11월 6%까지 치솟았고 실업수당 신청자도 늘어나는 등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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