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 딸에 1400만원 장난감…러 졸부들의 '통큰 연말'

  • 입력 2002년 12월 30일 18시 25분


“우리 애가 진짜 차를 갖고 싶다고 해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사업가 키릴 지미노프는 최근 여섯살 난 딸 마샤에게 스포츠카인 페라리 F50을 3분의 2 크기로 축소해 만든 모형을 선물해 화제가 됐다. 12기통짜리 한국제 오토바이 엔진까지 달았고 이탈리아에 주문해 7개월이나 걸려 실물과 똑같이 만든 이 장난감의 가격은 1만2000달러(약 1439만원).

전 인구의 33%인 4770만명이 1인당 최저 생계비인 월 1719루블(약 6만5000원) 이하의 수입으로 살아가고 있는 러시아지만 노브이 루스키(신러시아인)로 불리는 신부유층 사이에서 이 정도 소비는 별로 놀랄 일이 아니다.

올 1년 내내 계속된 고유가로 세계 최대의 석유수출국인 러시아는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렸다. 내년에도 이라크와 북한 핵 사태로 고유가가 계속될 전망을 보이자 러시아 졸부들의 연말 씀씀이도 더욱 대담해지고 있다.

이들의 특징은 꼼꼼히 따지고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서방 부자들과 달리 ‘통이 크고’ 현금을 선호한다는 것. 세계적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와 호세 카레라스 등은 연말 공연을 위해 모스크바로 몰려 왔다. 가장 비싼 자리가 3500달러(약 420만원)나 하는 공연을 두말없이 보러 오는 부자들은 러시아밖에 없기 때문. 연말 휴가를 맞아 쇼핑천국인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 면세점에는 100달러짜리 지폐를 가방에 가득 채운 러시아 졸부들의 싹쓸이 쇼핑이 화제가 되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