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EU, 美 견제세력 될까

  • 입력 2002년 12월 17일 18시 26분


유럽연합(EU)이 미국의 독주를 저지할 라이벌이 될 것인가. 13일 이뤄진 10개국 신규가입 승인 등 EU의 ‘빅뱅’이 국제 역학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전망이 분분하다.

워싱턴 포스트는 16일 “지난 주말의 ‘새 거대 유럽의 건설’로 미국과 엇비슷한 경제규모를 가진, 그러면서도 미국으로부터 독립적인 군사 외교정책을 지닌 ‘정치·경제적 실체’의 탄생에 한발 다가섰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무역 환경 국제협약 등 많은 분야에서 미국과 EU간에 논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U와 미국 비교
EU(15개 회원국)미국
인구3억8000만명2억8000만명
GDP7조8000억달러9조9000억달러
2002년 현재(신규가입 예정국 포함 안한 수치임)

사실 EU의 급팽창은 로마제국 이래 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한 나라에 힘이 집중돼 있는 현 국제질서의 변화를 예고하는 여러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인구 교역량 군비지출 등 여러 면에서 EU는 미국을 앞서거나 바짝 추격하고 있다. 문화에서도 미국보다 경쟁력 있는 분야가 많다.

그럼에도 EU가 미국에 도전하는 ‘위협’이 될 것으로 보는 견해는 아직은 소수. 로마노 프로디 EU집행위원장은 “EU는 나름의 외교 군사정책을 다듬어 갈 것”이라며 “하지만 그것이 미국의 이해와 배치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도 “EU가 미국에 ‘위협’이 되기보다는 보완해주는 ‘균형추’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미국의 힘의 모순’에서 “미국과 EU는 투자자금의 긴밀한 이동, 노동시장 및 기업문화의 상호교류로 인해 분리하기 힘든 단위가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미국이 오만한 일방주의에 빠져 자국의 이익과 국제사회의 이익을 동일시한다면 EU는 미국과 다른 길로 흘러가 강력한 도전세력이 될 것이며 이 경우 미국이 받을 상처는 매우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