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접은 고어… 부시再選 힘 실리나

  • 입력 2002년 12월 16일 18시 08분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치열한 접전 끝에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패했던 앨 고어 전 부통령이 15일 예상을 깨고 2004년 차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공화당 진영은 차기 대선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해졌고, 민주당은 대선 예비주자들간에 치열한 조기 경합이 예상된다.

▽불출마 이유〓고어 전 부통령은 이날 CBS 방송 ‘60분’ 프로그램에 출연, “부시 대통령과의 리턴매치가 ‘미래’보다는 ‘과거’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기 때문에 내가 후보가 되는 것이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에도 지난 대선 때 지쳐 그 같은 선거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이 많고 나는 이를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는 출마해도 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기 어렵다고 본인이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민주당 내에선 지난 대선 때 그가 보여준 한계에 실망해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더욱이 지난달 실시된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함으로써 부시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뉴욕 타임스와 CBS가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40%가 고어 전 부통령의 재출마에 부정적 견해를 보이는 등 여론이 썩 호의적이지 못한 것도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차기 대선 후보는 누구〓이미 차기 대선 출마를 밝힌 예비후보로는 존 케리 상원의원(59·매사추세츠)과 하워드 딘 버몬트 주지사(54)가 있다. 베트남전 참전 장교 출신인 케리 의원은 1일 대선 출마를 위한 검토위원회 설립을 발표하고 이미 모금활동에 들어갔다. 딘 주지사는 의사 출신으로 91년 이후 버몬트 주지사로 활동하며 주의 장기부채를 크게 감축하는 등 재정 운용에 수완을 보였으나 전국적 인지도는 낮은 편.

중진들 가운데는 2000년 대선에 고어 전 부통령의 러닝 메이트로 출마했던 조지프 리버맨 상원의원(60·코네티컷)과 토머스 대슐리 상원 원내총무(55·사우스다코타), 리처드 게파트 전 하원 원내총무(61·미주리) 등이 출사표를 던질 유력 후보군으로 거명된다.

유대계인 리버맨 의원은 고어 전 부통령이 출마하지 않을 경우 대선에 나설 의사가 있음을 이미 천명했다. 대슐리 의원과 게파트 의원의 경우 당 지도부로서 중간선거에서 패배한 것이 짐이 되고 있다. 40대에선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49·노스캐롤라이나)이 서민적인 이미지를 내세워 도전장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새 바람 걱정〓고어 전 부통령을 차기 대선 맞상대로 상정하고 선거전략을 수립해온 공화당 진영은 이제 민주당의 새 인물과 대선에서 맞붙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자칫 민주당의 경선 돌풍과 새 인물, 새 바람에 맞닥뜨려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그동안 테러전과 이라크전 개전 공세로 정국을 주도해온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 맞바람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게 워싱턴 정계의 일반적 관측이다.

지금 당장은 고어 전 부통령의 불출마와 그 여파가 약할지 모르지만 새 인물이 떠오르고 경선 쟁점이 첨예화되면 언제 경선 바람이 정국 돌풍으로 변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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