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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2월 12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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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출범하는 브라질 새 정부의 환경장관으로 12일 지명된 마리나 실바(46·사진)는 16세 때 도회로 나올 때까지 전혀 글을 읽거나 쓸 줄 몰랐던 밀림 지역의 평범한 원주민 소녀였다.
당시 열대림 지역에 창궐한 질병으로 가족들을 잃고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바깥세계에 나온 실바씨는 고무나무 벌목 현장에서 잡부 등으로 일하며 틈틈이 글을 배웠다.
하루 16시간 이상의 중노동을 견뎌가며 독학한 실바씨는 눈앞에 벌어지는 벌목이 지구와 인류에 미칠 해악에 눈을 뜨면서 열대림 보호 운동에 뛰어들었다.
특히 벌목 노동 현장에서 ‘열대림의 간디’로 불렸던 전설적인 환경운동가 치코 멘데스를 만난 것은 실바씨의 인생에 결정적 전환점이 됐다. 멘데스씨의 동료 노동자로서, 그리고 환경운동의 동반자로 활동하면서 실바씨는 ‘가장 열정적인 열대림 보호운동가’ 중 한 명으로 성장했고 38세에 브라질 정치사상 최연소 여성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환경장관 지명 소식을 들은 실바씨는 “나의 환경장관 임명은 멘데스씨에 대한 송가(頌歌)”라며 멘데스씨를 추모했다. 멘데스씨는 1988년 지주들의 사주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암살자의 총에 맞아 숨졌다.
‘지구의 마지막 허파’이자 ‘최대 담수원’인 아마존 열대림 보호 대책에 대해 실바씨는 ‘초강경 개발 금지 정책이 나올 것’이란 세간의 추측을 의식한 듯, “‘개발 금지’ 정책만을 금과옥조처럼 내걸지는 않을 것”이라며 “개발과 보전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찾아내겠다”고 말했다.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