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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2월 11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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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78)이 10일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에서 노벨 평화상을 받은 후 연설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주도하는 이라크 전쟁 위협에 대해 이같이 경고하고 나섰다.
그는 “전쟁이 때로 필요악이 될 수는 있지만 그것은 결코 선이 아니며 항상 악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라크에 대해서 “유엔의 사찰에 성실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석유 확보 때문에 이라크를 공격하려 든다는 일부 유럽 국가들의 분석에 대해 그는 “결코 석유 때문에 전쟁하려 드는 것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그가 이처럼 미국의 전체 이미지를 옹호하면서도 부시 대통령에 대해 줄곧 경고하고 있는 것은 전쟁을 대하는 두 전·현직 대통령의 선명한 스타일 차이 때문이라고 영국 BBC 방송이 전했다.
카터 전 대통령(조지아주·왼쪽)과 부시 현 대통령(텍사스주)은 대통령이 되기 전 남부지역 주지사였으며 크리스천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하지만 카터 전 대통령이 정치적 굴욕을 감내하면서까지 전쟁을 피하려 했다면 부시 대통령은 자신감에 차서 전쟁을 추진중이라고 BBC는 분석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재임 말기 100여명의 미국인 인질들이 이란에 억류돼 있는 곤경에 빠졌지만 협상과 제재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전쟁 대신 기습 구출 작전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그는 재임 중 실천이 불가능했던 ‘도덕적인 외교 활동’을 퇴임 이후 줄곧 펴 왔다.
이에 반해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힘과 영향력을 믿고 있다. 그는 카터 전 대통령처럼 고민하지 않으며 고민은 미국 대통령에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BBC는 전했다.
BBC는 카터 전 대통령은 현직에서 실패했으나 가장 성공한 전직 대통령이 됐다며 부시 대통령의 공과는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