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이라크 ‘방사능 폭탄’ 보유 가능성”

  • 입력 2002년 12월 10일 18시 15분


이라크가 유엔에 제출한 대량살상무기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정식 핵폭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방사능 물질을 살포할 수 있는 이른바 ‘더러운 폭탄’을 이라크가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CNN방송이 10일 전했다.

이 방송은 최근 입수한 1만2000쪽 분량의 방대한 보고서 서문에 이라크가 ‘방사능 폭탄’(일명 더러운 폭탄·Dirty Bomb) 개발계획을 마쳤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방사능 물질 살포장치(RDD)라고도 하는 ‘더러운 폭탄’은 재래식 폭약에 방사능 물질을 덮어 씌운 것으로 테러 단체들이 이를 사용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CNN은 또 보고서에는 이라크가 핵무기 개발 계획을 위해 석유화학 물질을 외국에서 구입한 경위와 외국의 기술 지원, 외국 기업 및 개인들과의 관계 등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나지 사브리 이라크 외무장관은 보고서 서문에서 “보고서에는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탄도미사일의 기술 이전 프로그램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가 담긴 문서들이 포함돼 있어서 이 문서들이 유포되면 위험이 따르고 핵확산금지협정들을 위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멜리사 플레밍 대변인은 IAEA 전문가들이 보고서를 1차로 훑어본 소감은 이 보고서가 1998년 이라크가 발표한 보고서와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미국은 뉴욕 소재 한스 블릭스 유엔 무기사찰단장실에 봉인돼 있던 보고서 원본을 받아 18시간 만에 사본을 만들어 9일 저녁(현지 시간)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 다른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에 나눠주었다.

IAEA의 모하메드 엘 바라데이 사무총장은 이날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라크의 핵무기 보유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리는 데는 1년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에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도 이날 이라크가 감시를 따돌리는 데 익숙해 있기 때문에 미 정부가 이라크의 ‘결백 주장’을 뒤엎을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미국은 병력 6만여명을 이라크와 쿠웨이트의 접경지역을 비롯한 사정권내의 인접 지역에 전진 배치하고 9일(현지시간)부터 일제히 실전 훈련인 ‘인터널 룩’에 돌입했다고 미 언론이 전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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