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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4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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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뉴욕주 브루클린에서 열린 세계 펠메니(러시아식 고기만두) 먹기대회의 한 장면.
“신사, 숙녀 여러분”으로 시작하는 사회자의 선동적인 소개로 몸무게 200㎏에 육박하는 20여명의 선수가 등장한다. 이들은 승리의 포효를 섞어가며 손과 입을 음식더미에 처박고 정신 없이 먹어댄다. 50∼100달러를 지불한 250여 관중들의 흥분은 음식더미가 난장판이 될수록 고조된다. 이 정도는 지난해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대회의 2만 관중에 비하면 약과다.
먹기대회는 뉴욕주 코니아일랜드의 ‘핫도그 많이 먹기 대회’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면서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고 있다. 여기에 폭스TV 등 방송까지 가세해 부추기고 있다. 급기야는 각종 먹기대회 기록을 인증하는 ‘국제먹기연합’까지 생겨났다. 연합측은 “먹기대회가 스포츠 종목으로 인정돼야 한다”고까지 주장한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최근 ‘뚱보 나라의 엽기 쇼’라고 비아냥댔다.
사회심리학자들도 “이런 이상 열기는 인간의 자극적이고 병적인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한 카니발 효과의 부산물”라고 지적한다.
싼 음식이 넘쳐나고 시간이 주체할 수 없이 남아도는 유독한 환경이 낳은 병적 현상이라는 것.
전문가들은 원래 먹기대회가 추수기의 짧은 축제였지만 이제는 일상의 삶과 관련된 ‘기괴한 쇼’가 됐다며 걱정한다.
의사들은 위장이 한 번에 저장할 수 있는 음식의 양은 1ℓ로 이를 초과하면 폐로 음식이 역류할 수 있어 치명적이라고 경고한다. 일부 ‘선수’들은 위장을 늘리기 위해 4ℓ이상의 물을 마시는 등 훈련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