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인질극 유혈진압 이후]독가스의 정체는 뭘까?

  • 입력 2002년 10월 28일 19시 50분


러시아 특수부대가 26일 인질극 진압을 위해 사용한 가스의 정체를 두고 의혹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가스가 단순한 마취가스가 아니라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 위반되는 화학무기일 가능성까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관은 28일 가스에 대한 정보 공개를 정식 요청하는 등 이 문제가 국제적 논란으로 비화할 조짐마저 있다.

러시아 화학보안연합의 레프 페도로프 박사는 27일 모스크바 라디오 에코와의 인터뷰에서 진압 당시 사용된 가스는 냉전시대에 개발된 일종의 화학무기라고 주장했다. 이 화학무기는 보통 때는 일시적 마비만 일으키지만 며칠 동안 먹지 못해 인질들처럼 체력이 극도로 저하된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가스가 최근 새로 개발된 신경마비제로 항구적인 정신 장애나 사망까지 이르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의학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28일 보도했다. 러시아 당국이 가스의 종류를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은 CWC가 금지하고 있는 가스이거나, 등록되지 않은 신물질이기 때문이라는 추측을 낳게 한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LA타임스는 27일 입원한 인질들의 증세로 볼 때 사린, VX, 소먼 가스와 같은 신경제재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신경가스는 주로 호흡기 근육에 작용하며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물질이다.

BBC 방송은 28일 많은 서방 전문가들이 미국이 베트남전에서 사용했던 환각성 BZ 가스를 지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가스는 사람을 바로 죽게 하지는 않지만 밀폐된 공간에서 많은 양에 노출될 경우 치명적이라고 방송은 덧붙였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