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격범 어떻게 잡았나

  • 입력 2002년 10월 26일 01시 20분


워싱턴시 인근 볼티모어시 경찰이 용의자 검거 16일 전인 8일에도 용의차량을 검문했으나 그대로 풀어준 것으로 밝혀졌다. 용의자들은 그 이후에도 범행을 계속, 4명을 더 살해하고 3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볼티모어 경찰은 8일 연쇄 저격사건에 사용된 1990년형 시보레 캐프리스 승용차 안에서 용의자 존 앨런 무하마드가 잠자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레지너 애버렐러 볼티모어 경찰국 대변인이 25일(현지시간) 밝혔다. 경찰은 그러나 이전 사건들의 목격자들이 범행에 사용된 차량이 흰색 밴과 소형 트럭이라고 증언한 것에 주목, 캐프리스 승용차를 용의선상에서 배제, 무하마드를 풀어줬다. 증인들의 혼란스러운 목격담에 지나치게 의존한 탓에 조기 검거의 기회를 놓친 것.

미 언론들에 따르면 결정적인 단서는 17세의 공범 리 말보가 제공했다. 말보는 먼저 17일 메릴랜드주 몽고메리 카운티의 공보담당관에게 전화를 걸어 “나는 신이다. 날 몰라 보느냐. 내 말을 못 믿겠거든 몽고메리에서 일어난 강도살인사건을 확인해봐라”라고 소리쳤다. 이 ‘몽고메리’는 메릴랜드주가 아니라 앨라배마주에 있는 도시의 이름. ‘메릴랜드주’의 몽고메리에만 치중한 경찰은 다시 이 단서를 놓쳤다.

말보는 이튿날인 18일 버지니아주 애슐랜드시에 있는 신부 윌리엄 설리번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 몽고메리시에서 일어난 강도살인사건을 언급했다. 신부의 연락을 받은 경찰은 드디어 수사망을 넓혀 지난달 21일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의 주류판매점에서 강도살인사건이 일어난 사실을 찾아냈고 이 사건의 용의자로 꼽히던 말보를 추적했다. 이때도 말보는 현장에 자신의 지문을 남겼다. 경찰은 말보와 함께 거주하던 무하마드의 신원을 확인했고 23일 밤 두 사람과 시보레 캐프리스 승용차를 지명수배했다.불과 수시간 뒤 시민들의 제보를 받은 경찰은 승용차 안에서 잠자고 있던 두 사람을 검거, 워싱턴 일대의 평온을 되찾아왔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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