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범중 女10여명 “조국위해 죽을 각오 했다”

  • 입력 2002년 10월 26일 01시 15분


50명가량의 인질범 중에는 10여명의 ‘여성 전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연방보안부(FSB)는 25일 “인질범 중 대부분의 신원을 확인했다”며 “사진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FSB는 “상당수 인질범들이 러시아 시민권을 가지고 있으며 여성도 있다”고 밝혔다. 아랍계 알 자지라 방송을 통해 24일 공개된 인질범들의 비디오 테이프에서도 여성 인질범이 등장했다.

가부장적인 전통이 강한 체첸에서 여성이 직접 전투에 참여하는 것은 이례적. 체첸 반군이 운영하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 따르면 이번 극장 점거에 나선 여성들은 대부분 러시아와의 싸움에서 숨진 체첸 반군의 부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 자지라에서 방영된 비디오테이프에서 한 여성 인질범은 “우리가 죽더라도 조국의 자유를 위해 신에게 희생할 준비가 돼 있는 수천 명의 형제 자매들이 뒤를 이을 것”이라며 “러시아가 진짜 테러리스트인데 왜 우리가 테러범 취급을 받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또 인질범들은 스스로를 ‘체첸 전사’라고 밝혔지만 체첸족 외에도 카프카스계의 다른 민족이나 아랍인 용병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4일 REN TV를 통해 생방송된 전화 인터뷰에서 인질범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사용해 앵커가 “러시아어로 말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인질극의 배후를 놓고 25일 러시아 내무차관 바실리 바실리예프는 체첸 대통령으로 선출됐던 아슬란 마스하도프가 개인적으로 이번 사태를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마스하도프는 97년 1월 체첸공화국의 공식 선출직 대통령으로 당선됐지만, 99년 체첸 반군의 다게스탄 침공 이후 러시아 정부로부터 대통령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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