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쇄저격 용의자 2명체포

  • 입력 2002년 10월 24일 18시 32분


미국 수도 워싱턴 일대를 3주째 공포로 몰아넣은 연쇄 저격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퇴역군인 등 2명이 체포됐다.

경찰은 24일 오전 3시20분경(현지 시간) 워싱턴시에서 북서쪽으로 80㎞ 떨어진 메릴랜드주 프레데릭카운티 마이어스빌 일대의 70번 도로 인근 휴게소에서 존 앨런 모하메드(일명 윌리엄스·42·사진)와 그의 양아들 존 리 말보(17·자메이카 출신)를 체포해 구금 중이라고 CNN 방송이 보도했다. 방송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경찰이 이들을 워싱턴 일대 연쇄 저격 사건 용의자로 지목했다고 덧붙였다.

MSNBC방송은 사법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들이 이날 오후 늦게 1급 살인죄로 기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메릴랜드주 몽고메리카운티 학교의 한 보안 요원이 어머니와 함께 하교하는 어린이들을 지켜보고 있다. - 몽고메리카운티로이터뉴시스

▽검거〓모하메드는 말보와 함께 경찰이 수배 중이던 차량인 ‘뉴저지주 번호판(NDA-21Z)을 단 90년산 시보레 카프리스’를 휴게소에 세워놓은 채 차 속에서 잠자던 중 제보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이에 앞서 수사 책임자인 찰스 무스 몽고메리카운티 경찰서장은 23일 오후 10시반경 방송에 나와 모하메드가 ‘무장하고 있는 위험한 인물’로 보아야 한다며 일단 연방 총기소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고 밝혔다. 무스 서장은 그를 공개 수배한다면서 “모하메드가 저격 사건과 관련해 유력한 정보를 가진 것으로 보이지만 범인이라고 단정하지 말아 달라”고 덧붙였다.

▽추적〓이번 구속 영장은 모하메드가 올해 초까지 살았던 미국 북서부 워싱턴주 타코마 인근의 한 임대주택을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덮쳐 모하메드가 사격 연습을 할 때 표적으로 삼았던 나무와 탄피 등을 수거해 간 후 발부됐다. 한 제보자에 따르면 이들은 연습시 연쇄저격사건에서와 같은 총알을 사용했다. 경찰 수색 당시 인근 주민들은 모하메드가 자주 사격 연습을 해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연쇄 저격 사건의 범인을 자처한 한 남자가 경찰과 통화 중 “미국 남부에서 강도를 저지른 적도 있다”고 밝히면서 이번 수사가 급진전됐다고 24일 전했다.

이를 단서로 경찰은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카운티의 주류 판매점에서 9월21일 2명의 여성이 총격을 받은 사건의 용의자로 손꼽혀온 모하메드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또 연쇄총격 현장에 남겨진 종이 한 장에 말보의 지문이 남겨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방부는 모하메드가 85년부터 95년까지 육군 정비병으로 복무했으나 저격 훈련을 받은 기록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초 퇴역한 후 미국 동부로 옮겨와 최근 저격 사건이 발생한 메릴랜드주 실버스프링 인근의 노동자 거주지에서 살았다.

▽9·11테러에 공감?〓일간 시애틀타임스는 몇몇 미 연방수사국 관리의 말을 빌려 흑인인 모하메드와 말보가 지난해 9·11 테러의 여파 속에 생긴 반미 감정에서 충동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테러 당시 여객기 납치범들에 공감한다는 말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타임스는 전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모하메드 체포과정▼

▽23일 오전 10시반〓워싱턴주 타코 마의 모하메드 집 수색

▽23일 오후〓모하메드 체포영장 발부

▽23일 오후 10시반〓경찰, 모하메드 공개수배

▽24일 오전 1시〓“70번 고속도로서 수배차량 목격” 제보

▽24일 오전 3시20분〓차량서 잠자던 모하메드 부자 체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