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저격…美 스나이퍼 연쇄살인 공포 확산

  • 입력 2002년 10월 9일 18시 45분


2일부터 7일까지 미국 워싱턴 일대에서 발생한 연쇄 총기 저격사건으로 주민 6명이 숨지고 13세 중학생을 포함한 2명이 부상함에 따라 지역주민들의 불안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사건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메릴랜드주의 몽고메리카운티와 프린스조지카운티에선 8일에도 모든 초중고교에 대해 ‘코드 블루’ 경계령이 계속 발동됐다. 학교 출입문은 굳게 잠긴 채 실내수업만 이뤄졌고 모든 옥외 행사는 취소됐다.

워싱턴 시내와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카운티 등 인근 지역에서도 안전을 우려해 비슷한 조치가 취해졌다.

학교 주변 상공엔 헬기가 경계비행에 나서고 경찰이 집중적으로 배치됐지만 학부모들의 초조함은 가시지 않았다. 등하교 시간엔 아이들의 손을 굳게 잡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종종걸음으로 학교건물이나 자동차로 이동하는 학부모들이 크게 늘었다.

대부분의 공원에는 인적이 끊겼다. 평소 오후엔 학생들로 붐비는 농구코트나 테니스코트도 텅 비었다. 스타벅스 커피점은 워싱턴 일대 143개 체인점의 옥외테이블과 의자를 모두 철거하도록 긴급 지시했다. 쇼핑센터 주차장에서도 한가하게 오가는 쇼핑객을 구경하기 힘들어졌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 범행에 대한 분노와 불안, 충격이 워싱턴 일대를 휩쓸고 있지만 범인의 행적은 오리무중. 범인이 1명인지 2명인지,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런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에 관해선 추측만 난무할 뿐이다.

지역경찰 외에 연방수사국(FBI), 소방서 및 대통령 등 요인 경호를 담당하는 시크릿서비스까지 총동원돼 단서를 잡으려 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범인 검거에 유력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줄 현상금은 계속 늘어 모두 23만7000달러가 됐다.

워싱턴은 물론 전국적인 현안으로 떠오른 이번 사건으로 미국인들은 지난해의 9·11 테러와 탄저균 우편물 소동에 이어 다시 한번 태평성대가 끝난 미국의 취약성을 절감하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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