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기업 감원 태풍온다

  • 입력 2002년 10월 8일 18시 14분


우울한 뉴욕증시 - 뉴욕AP연합
우울한 뉴욕증시 - 뉴욕AP연합
스위스에 본사를 둔 거대 금융기업 크레디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의 약 2만5000명 직원은 7일 저녁 존 맥 회장이 보낸 e메일을 받았다.

“투자은행 등 기업금융업무의 막대한 손실로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 됐습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직원의 7% 정도인 1750여명을 추가로 감원할 계획입니다. 마음 아픈 결정이지만 지금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손실을 회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e메일은 지난해 7월 이후 이미 4800명이나 정리한 CSFB가 직원들에게 보낸 ‘또 한번의 안 좋은 소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세계 금융계에 또 한 차례 감원태풍이 예상된다고 8일 보도했다. 되살아날 줄 모르는 증시 침체로 은행 증권사 등의 기업금융업무가 ‘마비’되다시피 했기 때문.

▽세계적 금융기업들, 최악의 실적〓기업 인수합병 시장이 얼어붙어 주요 투자은행의 수익이 격감했고 대출해 준 기업의 실적이 악화돼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 크게 늘었다. 또 증시 침체로 증권 중개 수익도 미미한 수준.

이에 따라 세계 증시가 금융주를 중심으로 ‘추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7일 필라델피아은행지수는 26.12포인트가 떨어진 612.11로 52주간 최저치(636.13)를 깼다. 81개 금융기관 지수 평균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금융지수도 이날 연중 최저치(251.18)를 기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의 올 3·4분기 대출 손실은 지난 분기의 4배가 넘는 14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알리안츠그룹에 합병된 독일의 드레스트너방크는 기업금융 업무 부진으로 올 2·4분기에 약 10억유로의 적자를 냈다. 이 은행의 투자은행 사업부 레온하드 피셔 본부장은 지난달 말 사임했다. CSFB도 올 3·4분기 예상 손실액이 약 6억7000만달러에 이른다.

▽매서운 감원태풍〓이미 1년여간 총 6만여명의 직원들을 내보낸 주요 금융기업들이 최근 비용 절감을 위해 대규모 감원 계획을 추가로 내놓고 있다.

미국 3위의 증권회사인 골드만삭스그룹은 이번 주에 250명의 직원을 줄이기 시작했고 JP모건체이스는 투자은행 부문 직원 2만명 중 5분의 1가량을 이달 안에 해고할 예정이다. 미국 최대의 투자은행인 메릴린치도 지난해 이미 1만5000여명을 줄인 데 이어 추가 감원을 검토 중이다.

유럽도 상황은 마찬가지. 독일 드레스트너방크는 지난달 말 영국에 거점을 둔 투자은행부문을 중심으로 3000명을 감원키로 했으며 도이체방크도 지난달 구조조정을 위해 1800여명의 인력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네덜란드 ABN암로는 올 초 2004년까지 6000여명을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스위스의 UBS워버그증권도 올 6월 이후 런던지사 등을 중심으로 직원을 줄이고 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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