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CBS여론조사 “이라크 공격보다 경제難 방어먼저” 67%

  • 입력 2002년 10월 8일 17시 55분


“소비자들은 경기의 이중침체에 맞서 자신의 돈을 총알로 쓰면서 참호전을 벌이고 있지만 지원군은 오지 않고 있다. 백악관은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게 사로잡혀 있으며 의회는 백악관에 사로잡혀 있다(…) 소비자들은 이제 백기를 들어야 할지 모른다.”(LA타임스 7일자 사설)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이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쪽으로 여론을 몰아가고 있지만 미 국민은 경제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음달 5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 같은 여론의 괴리는 부시 행정부의 행동 반경을 좁힐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타임스와 CBS 방송이 지난주 말 공동으로 실시한 전화여론조사결과 응답자의 67%가 “부시 대통령은 경제에 더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답했다. 부시 대통령이 경제문제를 제대로 처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41%로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낮았다. 중간선거에서 이라크와의 전쟁보다는 경제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다는 응답률도 70%에 달했다.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에 대한 지지도는 67%로 여전히 높았지만 유엔에 이라크의 무기를 사찰할 시간을 줘야 한다는 응답이 63%로 즉각적인 군사행동에 대한 찬성률 30%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부시 대통령이 무기 사찰보다는 후세인 대통령의 제거에 더 관심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53%로 그렇지 않다는 응답률 29%보다 훨씬 높았다.

뉴욕타임스가 응답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인터뷰 결과 반응은 더욱 신랄했다.

“부시 대통령은 경제가 얼마나 나쁜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전쟁에 대한 공포로 돌리려 하고 있다.”(시애틀의 주부)

“우리는 너무 많은 관심을 이라크에 쏟는 반면 경제침체 대책에 대해서는 아무도 얘기하지 않고 있다.”(네브래스카주의 중도파)

“공화당원이라서 이렇게 말하기는 싫지만 사실 클린턴 대통령 시절에 경제가 더 좋았다. 안보도 중요하지만 경제 안보도 중요하다.”(플로리다주의 실직자)

이 같은 반응이 나오는 것은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경기 악화 때문. LA타임스는 지난해 빈곤선 이하의 국민이 3160만명에서 3290만명으로 늘어났고 가구의 중간소득(median imcome)은 2.2% 감소했으며 보험 미가입자도 140만명이나 늘어 4120만명에 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욱이 국토안보 예산이 늘면서 사회복지 예산은 삭감되고 있다는 것.

여기에 이라크전 발발 가능성으로 유가는 오르고 기업들은 투자를 꺼리고 있으며 제조 부문의 수요도 위축되고 있다. 이라크전 전비로만 한달에 90억달러씩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전후 재건 비용은 계산도 안될 정도여서 이라크전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LA타임스는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걸프전을 승리로 이끌고도 92년 대통령선거에서 “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를 구호로 도전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중간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이라크전을 더 강력히 밀고나가든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전략을 수정, 경제로 돌아서야 하는 기로에 놓여 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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