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日, 對北 관계개선 주도권 잡았다"

  • 입력 2002년 9월 23일 19시 27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안보문제에서 미국의 노선을 거의 추종해 온 일본이 최근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있어선 주도권을 잡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2일 보도했다.

타임스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총리가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과 17일 정상회담을 가진 데 대해 “일본은 전례 없이 독자적인 외교 노선을 취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타임스는 “미국과 일본은 북한문제에 관한 견해차를 애써 무시하려 하고 있으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유예 연장과 일본의 대북지원 등 북-일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합의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입장에서 상당히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는 일본이 특히 인접국이나 자국민의 생명에 관한 관심사 등 국제적인 현안의 해결에 대해 독자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북-일 정상회담은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예리한 응수”라고 평가했다.

신문은 또 북-일 정상회담이 한국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보다 보수적인 지도자가 승리할 수도 있는 대통령선거를 3개월 앞두고 이뤄진 것과 관련 해 “고이즈미 총리는 북한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그대로 지키기 위해 공세적으로 움직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타임스는 고이즈미 총리가 북-일 정상회담에 앞서 12일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대 이라크 전쟁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고 부시 행정부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점을 예로 들면서 “미국의 외교정책에 대한 일본의 저항은 수년간에 걸쳐 형성돼 왔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정책결정자들은 일본이 부유하기는 하지만 스스로는 움직일 수 없는 미국의 부속물처럼 대우받는 데 대해 점점 더 분개하고 있다고 타임스는 덧붙였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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