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더는 누구? …화려한 언변 '미디어 총리'

  • 입력 2002년 9월 23일 19시 23분


이번 총선에서 ‘승부사’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한판의 대역전극을 연출해 보였다. 6월 말까지만 해도 그의 재집권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으나 그는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8월 ‘100년 만의 대홍수’가 찾아오자 발빠른 대처로 분위기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

선거전 막판에 내세운 ‘미국의 대 이라크 공격 반대’는 경제에 치우쳤던 선거 이슈를 정치 문제로 돌리는 승부수였다. 2차대전 이후 죄 의식과 ‘미국 콤플렉스’에 시달려온 독일 국민을 겨냥한 그의 포석은 먹혀들었다.

남성다운 용모와 화려한 언변으로 ‘미디어 총리’라고도 불리는 그는 자신의 장점을 독일 역사상 최초로 이루어진 TV 토론에서 유감없이 발휘했다. 에트문트 슈토이버 후보와의 두 차례 토론에서 판정승을 거둔 것.

슈뢰더 총리는 98년 총선에서 16년이나 총리를 지냈고 독일 통일을 이룩한 ‘거목’ 헬무트 콜 전 총리를 물리치고 유럽의 신세대 좌파 정치인으로 부상했다. 젊은 시절 급진 좌파에 경도돼 적군파를 옹호하기도 했던 그는 집권 이후 친(親)기업 정책으로 돌아서는 정치적 변신을 시도해 온건 좌파의 이미지를 굳혔다.

인생 역정은 파란만장했다. 나치 병사였던 아버지가 루마니아에서 전사한 뒤 편모 슬하에서 4형제와 함께 가난한 어린시절을 보내야 했다. 17세에 상점 견습생으로 일하며 괴팅겐 법대에 입학했고 76년 변호사 자격증을 땄다.

자신이 총리로 있는 동안 실업자인 동생이 관광 안내원으로 취직한 것이 화제가 될 정도로 주변이 깨끗하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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