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北-日 정상회담]식민배상-납치문제 빅딜 가능성

  • 입력 2002년 9월 16일 18시 44분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이 17일 평양에서 이뤄진다. 회담 일정과 의제 등을 살펴본다.

▽방북 일정〓고이즈미 총리는 17일 오전 6시반 정부 전용기편으로 도쿄(東京) 하네다(羽田)공항을 출발해 오전 9시15분경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 회담에 들어간다.

정상회담은 오전, 오후 두 차례로 나누어 열릴 예정. 회담시간은 4시간가량으로 잡고 있으나 상황에 따라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측은 회담이 끝난 뒤 두 정상이 공동 기자회견을 갖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북한측이 고사한 것으로 알려져 고이즈미 총리만 회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밤 10시20분경 하네다공항으로 돌아올 예정이어서 평양 체류시간은 총 10시간40분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에는 보도진을 포함해 총 170여명이 수행한다.

정부 관계자로는 아베 신조(安倍晉三) 관방부 장관, 다카노 도시유키(高野紀元) 외무성 부장관, 다나카 히토시(田中均)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 등이 수행한다. 보도진은 120명으로 북한이 지금까지 받아들인 취재인력으로는 최대 규모이다.

한국기자 3명 등 8명의 외신기자가 여기에 포함됐으며 취재진 일부는 16일 오전 전세기편으로 하네다공항을 출발했다.

▽회담 의제〓크게 나누어 △일본의 과거사 청산 △북한의 일본인 납치의혹 △핵 미사일을 포함한 안보문제 등 세 가지.

그동안 북-일 수교 교섭은 북한이 식민지배 사죄와 배상을, 일본은 납치의혹 해결을 각각 최우선 과제로 내세워 2년째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그러나 14일 김 위원장이 일본 교도통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정상회담이 관계정상화에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해 상당한 진전이 기대되고 있다.

납치문제는 북한에 의해 납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인 11명에 대해 북한이 얼마나 성의있는 자세를 보이느냐에 따라 진전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안부 확인, 가족 면회, 당사자 일본 귀국 등 3단계 요구사항을 내걸고 있는데 이번 회담에서는 최소한 2명 이상의 피랍 일본인의 안부가 확인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청산은 1995년 ‘무라야마(村山) 담화’ 수준으로 사죄를 표명하되 북한을 의식한 추가언급이 있을지가 주목된다.

피해배상 문제는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때의 경협 방식으로 해결키로 의견을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지원액까지 제시될지도 관심사다.

이밖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실험의 무기한 연기 등 안보문제는 고이즈미 총리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주문 받은만큼 일본으로서는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현안이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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