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총선 좌파여당 승리…유럽右派 ‘8연승’서 스톱

  • 입력 2002년 9월 16일 17시 51분


스웨덴 총선 전날인 15일 예란 페르손 총리(가운데)가 이끄는 중도좌파 사민당 지도부가 스톡홀름에서 열린 당회의에서 당원들의 박수에 답하고 있다. - 스톡홀름AP연합
스웨덴 총선 전날인 15일 예란 페르손 총리(가운데)가 이끄는 중도좌파 사민당 지도부가 스톡홀름에서 열린 당회의에서 당원들의 박수에 답하고 있다. - 스톡홀름AP연합
《2000년 이후 유럽을 휩쓸어 온 거센 우파 바람이 한풀꺾였다. 15일 실시된 스웨덴 총선에서 예란 페르손 총리(53)가 이끄는 집권 사민당이 40%의 득표율을 차지, 제1당으로 떠올랐다. 사민당을 비롯해 좌익 녹색당 등 좌파는 347개 의석 중 과반수인 191개 의석을 얻은 반면 우파 4개당은 158석에 그쳤다.》

이에 따라 2000년 이후 오스트리아 스페인 이탈리아 노르웨이 덴마크 포르투갈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 8개국에서 계속돼 온 우파 연승가도에 ‘붉은 등’이 켜졌다. 붉은 색은 좌파의 상징. 1998년만 해도 유럽연합(EU) 15개 회원국 중 12개국이 좌파 정권이었으나 2000년 이후 우파의 8연승으로 유럽의 정치지도는 우파 일색으로 바뀌었다.

이번 총선에서 144개 의석을 차지한 사민당의 페르손 총리도 2000년 이후 유럽 좌파의 첫 승리라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좌파의 상징인 붉은 장미꽃을 흔들며 “우리가 유럽의 트렌드(흐름)를 깼다”고 흥분했다.

페르손 총리는 전 정부 때와는 달리 좌익 녹색당과 좌파 연합을 구성하지 않고 소수당 정부로 남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좌익(득표율 8.3%) 및 녹색당(4.5%)과는 사안별로 협조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좌익 녹색당도 15일 사민당에 협조할 것을 약속했다.

당초 낙승을 예상했던 사민당은 우파 가운데 하나인 자유당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힘겨운 싸움을 벌였다. ‘이민자에게 스웨덴 시민권을 줄 때 스웨덴어 시험을 봐야 한다’는 자유당의 주장이 국민에게 먹혀들면서 자유당 지지율이 몇 개월 사이에 3배나 상승한 것.

덩달아 우파의 지지율도 뛰어올라 선거 전날에는 좌 우파의 지지율이 50 대 50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민 문제를 이슈화해 성공한 우파의 불씨가 스웨덴에서도 꺼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재집권에 성공한 페르손 총리는 96년부터 스웨덴을 이끌어 왔다. 지난해 EU 순번제 의장을 맡으면서 EU 대표단을 이끌고 방북하는 등 정력적인 활동으로 국민적 인기를 모았다. 친 EU 정책을 펴온 그는 내년 중 유로화 채택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공언했으나 선거유세에선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북유럽식 복지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내용의 좌파적 공약을 내세웠다.

스웨덴의 좌파 승리가 유럽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다음주의 독일 총선 결과에 달려 있다. 페르손 총리가 “다음 주 독일의 ‘동지(Comrades)’들이 우리를 따르기 바란다”고 한 것은 이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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