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 그날 결코 잊지 않겠다"

  • 입력 2002년 9월 11일 18시 20분


충격의 9·11테러가 일어난 지 1년이 되는 11일.

미국 뉴욕 시민들은 여전히 불면의 밤을 보내고 아침을 맞이했다. 미국이 1년 동안 정보력과 군사력을 총동원해 필리핀의 정글에서부터 아프가니스탄의 동부 토라보라 동굴까지 샅샅이 테러리스트들을 뒤졌지만 아직도 평화는 찾아오지 않았다.

적이 보이지 않는 전쟁. 적은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나 있다. 깃발도 휘날리지 않고 군복도 입지 않은 적들을 상대로 전쟁은 갑자기 시작됐고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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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 체니 미 부통령은 비상시 워싱턴 외곽의 비밀 벙커에서 가동 중인 ‘그림자 정부’를 지휘하기 위해 8일부터 안전가옥으로 대피했다.

슬픔과 분노, 그리고 의심과 공포는 뉴욕 시민의 일상이 됐다. 항공기가 낮게 비행하면 지평선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지켜봐야 하고 회사에 우편물이 도착하면 고무장갑부터 낀다.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장 상공에는 전투기가 떠돌고 있다.

미 정부는 10일 테러 대비 경계태세를 ‘코드 오렌지(code orange)’로 한 단계 격상하고 워싱턴 등 주요 도시에 지대공미사일을 배치했다. 코드 오렌지는 5단계의 비상경계태세 중 두 번째 높은 수준으로 ‘고도의 위험이 있을 때’ 발령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0일에도 워싱턴 주재 아프가니스탄 대사관을 찾아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제거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표명했다. 대(對)이라크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스페인에 있던 항공모함 나소도 이날 인도양을 향해 출발했다. 부시 대통령은 11일 1년 전 테러피해를 보았던 펜타곤(국방부 건물)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여기서 시작된 전쟁에서 이긴다는 결의를 다지자”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후세인 대통령만 사라지면 테러와의 전쟁은 막을 내리는 것인가. 아니면 언제쯤 이 전쟁이 끝날 것인가. 심리전이다. 불안과 공포는 전쟁에서 적들이 노리는 것.

그래서 뉴욕 시민과 미국인들은 추모식에서 테러의 위협에 굴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부시 대통령은 나아가 “오늘날 인류는 모든 오래된 적들에 대한 자유의 승리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으며 미국은 이 위대한 사명을 이끄는 책임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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