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배우 출신 의원출마

  • 입력 2002년 8월 20일 16시 32분


포르노 스타 출신 연예인이 보수적인 독일 정가에 도전장을 던졌다.

주인공은 70년대 포르노 영화에 출연, 주가를 올린 페터 본트씨(49). 90년대 TV 게임쇼 진행자로 변신한 그는 다음달 총선에 자민당(FDP) 소속으로 출마한다.

과거 이탈리아에 치치올리나라는 포르노 스타 출신 여성 국회의원이 있었고, 유럽 각국에 배우 출신 의원이 많지만 독일 정가에는 배우 출신이 전무한 상태. 본트씨는 높은 지명도 때문에 독일 최초의 배우 출신, 그것도 포르노 배우 출신 의원이 될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는 지난해 FDP 지도자들에 의해 구 동독지역인 멕클렌부르그 포르폼메른 주의 국회의원 후보로 영입됐다. 야당인 FDP는 현재 43석의 의석을 갖고 있으나 98년 총선 당시 멕클렌부르그 포르폼메른 주에서의 득표율은 1.6%에 불과했다. 순전히 지명도 때문에 영입됐다는 게 외신들의 분석.

본트씨 자신은 개의치 않는다. "얼굴이 알려져 출마하는 게 뭐가 나쁘냐. 적어도 내가 유권자 집의 초인종을 누르면 '진공 청소기 팔러 왔느냐'고 박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여유있는 표정이다.

공교롭게도 그는 최근 '데어 칸디다트'라는 정치 풍자영화에서 비슷한 역할을 맡았었다. 순전히 인기 때문에 총리 후보로 영입된 게임쇼 진행자로 출연했던 것.

그의 출마를 두고 독일내에서는 "정치 희화화 아니냐" "독일 정치도 이제 허울뿐인 엄숙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찬반론이 엇갈리고 있다. 본트씨는 그런 논란을 비웃듯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의 정치인은 배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배우라면 내가 그들보다 한 수 위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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