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2년 7월 21일 18시 46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미국 투자증권사 모건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윌리엄 설리번은 19일 미 증시가 폭락하자 TV에 출연해 이렇게 입을 열었다. 이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4.6%가 폭락하면서 4년만의 최저치로 추락했다.
미국 주가는 작년 ‘9·11 테러’ 직후 폭락에서 서서히 회복되다가 올 3월을 고비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4개월 만에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25%,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27%, 나스닥 종합지수는 32% 폭락했다.
| ▼관련기사▼ |
| - 월街 전문가 상반된 전망 - ‘치솟는 엔貨’ 日 초긴장 - IMF “美경제 회복속도 둔화” |
최고치였던 2000년 3월에 비하면 반도막 상태다. S&P 500지수는 45% 떨어졌다. 또 나스닥 종합지수는 무려 75%가 꺾였다.
다우지수는 ‘검은 금요일’인 19일까지 9주 동안 22.5% 하락했는데 20% 이상의 폭락세는 60년 만에 다섯 차례에 불과했다.
▽주가폭락이 무서운 진짜 이유〓미 언론들은 직접 또는 펀드를 통해 주식에 투자한 정년퇴직자 등의 투자실패 사례 등을 소개하면서 이들이 여행과 외식을 줄이고 다시 일터로 나가려 한다고 전했다.
주가가 폭락하면서 지난 1주일 동안 주식 시가총액이 7500억달러가 줄어드는 등 2년여 사이에 7조7000억달러(약 9200조원)가 감소했다. 그만큼 연금 기금 기업 개인투자자 등의 재산이 줄어든 것이다. 이는 미국 경제의 중요한 축 가운데 하나인 소비지출의 위축으로 이어진다. 미 경제전문가들이 주가 폭락을 겁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소비지출 위축의 충격〓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 경제회복에 대한 희망은 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 경제에도 부담이 크다.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16일 발표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 전망치(3.5∼3.75%)보다 훨씬 낮은 2.5%를 전망치로 내놓은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골드만 삭스는 내년치는 2.8%로 전망했다.
CNN 방송은 19일 “미국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미국이 경기후퇴만이 아니라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공급과잉의 디플레이션 상태에 빠져들 수도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주가폭락→소비지출 위축→디플레이션의 진전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증시 떠나는 투자자들〓엔론 월드컴 등 대기업의 회계스캔들을 계기로 미국 투자자들은 “아무 것도 믿지 못한다”는 ‘신뢰의 붕괴’ 속에서 살고 있다.
기업의 재무제표를 믿지 못하게 된 투자자들은 시장을 외면한다. 투자자의 투자심리를 반영하는 주식 뮤추얼펀드 환불액은 6월 111억달러에서 7월 185억달러로 늘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신규가입자는 약해지는 달러화를 피해 이머징 마켓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이라는 것. 뉴욕증권거래소의 거래원은 “소액투자자들이 투자를 두려워하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 |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