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亞 게임]아시안게임 가슴설레는 아프간&동티모르

  • 입력 2002년 7월 19일 15시 40분


카불의 레슬링 선수
카불의 레슬링 선수
탈레반 독재정권 붕괴로 자유를 찾은 아프가니스탄과 21세기 첫 독립국인 동티모르가 9월 29일 부산에서 개막되는 제 14회 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 가슴 설레며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달라진 국가의 분위기와 신생독립국의 활기를 국제무대에 처음으로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19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의 레슬링 및 태권도 선수들은 요즘 수도 카불의 국립경기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 국립경기장은 탈레반정권 시절 매주 금요일이면 살인과 강도범을 끌어내 공개 총살을 하거나 절도범의 손목을 자르던 공포의 공개 처형장이었다.

레슬링 코치 하비브 판지쉐리(50)는 "이보다 더 기쁜 일은 없다"며 선수 지도에 여념이 없다. 현역시절 국가대표선수였던 그는 타지크인이라는 이유로 탈레반정권으로부터 박해를 받을 것을 우려해 가족 10명과 함께 이란으로 피신해 5년간 난민생활을 했다. 지난해 11월 탈레반 정권이 붕괴되자 곧바로 카불로 돌아와 지금은 아침과 저녁에 젊은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할 대표선수 최종선발전은 이달 하순경에 열린다. 레슬링의 경우는 27개 클럽에 400여명의 선수가 등록돼 있다. 이중 최종적으로 7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아프가니스탄은 51년 뉴델리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경기대회에 참가한 11개국 중 하나로 예전부터 아시아경기대회의 우등생이였다. 그러나 내란 때문에 98년 방콕대회는 참가하지 못했다. 하계 올림픽도 36년 베를린 올림픽 이후 빠짐업이 참가해 왔으나 탈레반 정권이 여성의 스포츠참가를 금지하는 바람에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은 참가를 거부당하는 비운을 맛봤다. 따라서 부산 아시아경기대회는 아프가니스탄인으로서는 새로운 국가로 탈바꿈했음을 실감할 수 있는 첫 국제대회인 셈이다.

5월에 독립한 동티모르에서는 선수 파견의 모체가 되는 올림픽위원회의 소속을 아시아로 할지, 오세아니아로 할지를 놓고 논쟁이 한창이다.

오세아니아를 주장하는 측은 "가맹국 수가 적고 스포츠강국이 많지 않은 오세아니아에 들어가게 되면 세계적 수준의 대회에 나갈 기회가 그만큼 많아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시아파는 "정치적으로는 아시아와의 관계가 중요하며, 아시아 쪽이 스포츠 모임도 더 많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런 논쟁의 배경에는 독립 전 종주국이었던 인도네시아와의 관계, 독립을 전폭 지원해 준 호주와의 관계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사정이 숨어 있다.

독립하기 전인 2000년 개인 자격으로 시드니 올림픽에 참가했던 여자 마라톤의 아마랄 선수는 "국제무대에 서면 연맹이 어디에 속해 있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선수들로서는 연맹의 결정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카라스 카라오 동티모르 스포츠연맹 회장은 "참가 선수들의 최종 엔트리를 제출하는 8월말까지는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부산 아시아경기에는 43개국에서 1만8000여명의 선수가 참가해 38개 종목에서 메달을 다툴 예정이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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