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부정 게이트' 美정가 직격탄

  • 입력 2002년 7월 15일 19시 08분


《미국 기업의 연이은 회계부정 스캔들이 11월5일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최대 쟁점으로 비화되면서 파문이 연일 눈덩이처럼 확산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주 회계부정에 대한 엄정한 감시 및 사법처리 방침을 발표하는 등 사태 진화에 부심하고 있으나 자신과 딕 체니 부통령이 과거 기업에 있을 때 회계부정에 연루됐었다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아 집권 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격화되는 정쟁〓민주당은 회계부정 사건의 여파로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가 최근 9·11 테러 이후 처음으로 70% 아래로 하락한 것에 고무돼 부시 행정부에 대해 파상적 공세를 펼치고 있다.

토머스 대슐리 상원의원 등 민주당 지도부들은 “회계 부정이 그동안 간과됐던 것은 공화당의 친기업적 행태와 무관치 않다”고 주장하며 부시 대통령 등의 회계 부정 관련 의혹 등을 집요하게 물고늘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공화당은 민주당 내에도 특정 기업의 주식이 폭락하기 전에 주식을 처분, 이익을 챙긴 사례가 있다고 반격하며 민주당에 경제 안보 등 국정현안에 초당적으로 협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상원의 의석분포는 민주 50 공화 49 무소속 1명이고, 하원은 민주 209 공화 221 무소속 2 공석 3명이다.

따라서 상원 34석과 하원 435명 전원 및 주지사 36명 등을 교체하는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정치권의 역학관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양당은 회계부정 공방에 활을 걸고 있다.

▽회계부정 스캔들 새 쟁점〓부시 대통령이 이사로 몸담고 있던 하켄에너지사와 딕 체니 부통령이 최고경영자로 있던 석유회사 핼리버튼사, 그리고 월드컴의 회계부정과 관련해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폭로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부시 대통령이 텍사스 레인저스 야구 구단주이던 90년 6월 하켄에너지의 주식을 매각하기 16일 전에 이 회사의 손익 추정치에 관한 주간 보고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14일 보도했다.

핼리버튼사의 최고경영자인 데이비드 레사르는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22일자)와의 회견에서 “체니 부통령이 회사에 재직하고 있을 당시 비용 초과분을 수입으로 계상하고 있던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시인했다.

월드컴의 회계부정 사건을 조사중인 하원 에너지 상업 위원회의 빌리 토진 위원장은 이날 이 회사의 회계부정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초가 아니라 이보다 1년 앞선 2000년 4월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한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하비 피트 증권거래위원장은 이날 핼리버튼의 회계부정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피트 위원장은 이날 NBC방송의 시사토크쇼 ‘언론과의 만남’에 출연해 이같이 밝히고 “나는 위원장으로서 적임자”라면서 자신에 대한 사임압력을 일축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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