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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6월 13일 22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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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수입차 가격이 낮아지고 중국 자동차사들도 가격 전쟁에 돌입하면서 자전거와 버스, 기차에 의존하던 중국인들이 도시 중산층을 중심으로 교통수단을 승용차로 바꾸기 시작한 것. 연간 10∼15%씩 늘어나는 중국의 신형차 등록대수 증가 속도로 미뤄볼 때 앞으로 10년 안에 연간 차량 등록 대수가 500만대를 돌파,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자동차 소비국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미 경제주간 비즈니스위크와 워싱턴포스트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최근 중국의 마이카 열풍을 ‘중국인들의 교통수단의 혁명’이라며 잇따라 보도했다.
베이징(北京)에 거주하는 40대 회사원 류톈타이는 최근 수년간 갈망해 오던 제너럴모터스의 뷰익세일 SRV를 1만3590달러(약 1700만원)에 구입했다. 류씨는 자동차를 자신 및 부인의 출근길과 일곱살 난 아이의 등교길에 이용할 요량. 류씨는 “최근 도시민 가운데 경차나 소형차를 중심으로 승용차를 구입하려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류씨가 이처럼 ‘마이카’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100%이던 수입차 관세가 올 들어 44∼51%로 낮아졌기 때문.
| 순위 | 제작사 | 생산대수 |
| 1 | 제너럴모터스 | 7,582,561 |
| 2 | 포드 | 6,676,491 |
| 3 | 도요타 | 5,270,439 |
| 4 | 폴크스바겐 | 5,108,991 |
| 5 | 다임러크라이슬러 | 4,364,492 |
| 6 | P.S.A. | 3,135,969 |
| 7 | 혼다 | 2,671,101 |
| 8 | 닛산 | 2,578,075 |
| 9 | 현대·기아 | 2,518,443 |
| 10 | 피아트 | 2,409,016 |
수입차 가격이 수천달러씩 내려가면서 중국산 자동차의 가격도 덩달아 내려가고 있다. 중국의 자동차사인 질리모터는 최근 주력 모델인 하오칭을 15% 낮춘 4500달러(약 560여만원)에 팔고 있다. 당초 11%만 내리려 했지만 올들어 120여개에 달하는 중국 자동차사들이 가격전쟁을 벌이면서 어쩔 수없이 추가로 4%를 낮춘 것.
다국적 자동차사들의 중국 현지 투자도 크게 늘었다. 맨 처음 중국에 진출한 독일의 폴크스바겐은 상하이(上海)에 승용차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등 향후 5년간 무려 27억달러(약 3조3750억원)를 중국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그룹의 아시아 태평양 본부도 본국에서 베이징으로 이전할 방침.
일본의 혼다 역시 2004년까지 광저우(廣州)에 연산 10만대 규모의 자동차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미국의 제너럴모터스도 미니 밴과 미니 트럭을 생산하는 중국의 SAIC-우링사에 3000만달러(약 375억원)를 투자, 중국의 트럭과 밴시장을 공략할 예정.
다국적 자동차사들은 8000만명으로 추산되는 도시의 중산층 가운데 절반 이상이 앞으로 10년 안에 마이카 대열에 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자동차발전자문사의 자싱광 선임연구원은 “지금까지 중국의 자동차 시장은 승용차 중심의 선진국과는 달리 주로 버스와 트럭 등 상용차 중심이었다”며 “도시 중산층의 마이카 시대 진입은 ‘중국 자동차 시장의 소비자 혁명’”이라고 평가했다.
▼현대-기아車 年80만대 현지생산 추진▼
국내 자동차업계도 이미 중국의 ‘마이카 열풍’을 감지하고 올 초부터 중국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10년까지 총 11억달러(약 1조3750억원)를 투자, 중국에 연산 50만대 규모의 생산설비를 갖출 계획이다.
현대는 이를 위해 지난달 28일 서울에서 중국의 베이징자동차(北京汽車工業控股有限責任公司)와 합자회사인 베이징현대자동차(北京現代汽車有限公司)를 설립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는 올해부터 베이징 현지 공장에서 2000대를 생산할 예정.
기아자동차도 올 3월말 중국의 3대 자동차사인 둥펑자동차(東風汽車集團)와 합작계약을 했으며, 2005년까지 연산 30만대 규모의 자동차 공장을 건설할 방침이다.
이처럼 현대와 기아가 중국 진출을 서두르는 것은 중국의 자동차 시장 규모가 예상외로 급속히 커지고 있기 때문.
현대 측에 따르면 2000년 현재 1453만대인 중국의 자동차 보유대수는 10년 뒤엔 5000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또 현재 5%인 중국의 자동차 수입 비중도 5년 뒤엔 20%로 올라갈 예정이어서 합작을 통한 교두보 확보가 절실하다는 것.
이용훈(李龍薰) 현대자동차 상무는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이 대부분 이미 중국에 진출한 상태”라며 “앞으로 세계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중국시장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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