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토안보 정국' 갈수록 혼미

  • 입력 2002년 6월 12일 15시 03분


미국 법무부가 10일 알 카에다의 '더티 밤(더러운 폭탄·dirty bomb)' 테러계획을 적발, 분쇄했다고 발표하면서 후속 테러에 대한 미국인들의 우려가 다시 높아지고 있고 언론에서는 테러예방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국(CIA) 등이 9·11 테러 발생 전에 테러 첩보에 제대로 대처했는지를 가리기 위해 시작된 의회의 청문회는 제대로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 FBI의 국내 사찰활동 강화 등 일련의 테러 예방조치가 민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도 거의 뒷전으로 밀려난 상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1일 미주리주 켄사스시티를 방문, "테러 예방을 위해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할 것"이라며 "테러리스트들이 미국에 적의를 품고 최악의 무기를 개발하는 국가들과 연계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가 악에 대해 말하는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외교적으로 적절한 표현이 아니라고 하지만 악은 악"이라고 역설했다. 이에 앞서 그는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의회지도자들과 만나 자신의 제안대로 국토안보부를 내년 1월까지 신설하는데 협조해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6일 국토안보부 창설을 제안한 데 이어 법무부가 10일 더티 밤 테러 모의 용의자 검거 사실을 발표한 것은 의회의 청문회에 쏠릴 세간의 관심을 분산시키고, 테러 위험을 강조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를 깔고 있다는 의혹이 크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11일 알 카에다가 더티 밤 제조에 필요한 방사능 물질을 확보했는지에 관한 확실한 증거가 없으며, 더티 밤 테러 모의 혐의로 체포된 압둘라 알 무하지르를 군 형무소에 수감한 것은 법률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또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12일 인터넷 판에서 영국과 유럽의 관리들은 이번 사건 발표내용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 내에선 더티 밤 테러계획 적발 사실이 보도된 뒤 방사능으로부터 갑상선을 보호하는 약물인 요오드화 칼륨(KI)정제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이 약품은 요오드 성분의 방사능 낙진때 인체를 보호하는 효능이 있어 9·11 테러 직후 원자력 발전소 주변의 주민들이 사재기 소동을 벌인 바 있다. 그러나 방사능성 요오드가 아닌 다른 물질이 더티 밤에 사용될 경우엔 소용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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