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은 러시아의 덩샤오핑인가

  • 입력 2002년 6월 7일 18시 37분


장쩌민 중국국가주석과 회담하고 있는 푸틴 - 상트페테르부르크AFP연합
장쩌민 중국국가주석과 회담하고 있는 푸틴 - 상트페테르부르크AFP연합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판 덩샤오핑(鄧小平).’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파격적인 친서방 정책이 중국 개혁 개방의 설계자인 고(故) 덩샤오핑 주석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죽(竹)의 장막’을 걷어내고 자본주의건 사회주의건 ‘잘사는 게 최선’이라는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을 내걸었던 덩 주석처럼 푸틴 대통령은 과거 초강대국의 자존심은 접어두고 서방의 신뢰와 지원을 얻어 경제부터 재건하는 실용주의 노선을 추구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000년 5월 취임 초부터 내건 ‘위대한 러시아 재건’이라는 공격적인 슬로건과는 달리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소모적인 군사 외교적인 대결을 피하며 관계 강화를 추진해 왔다.

지난해 취임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 일방적 탈퇴와 러시아 외교관 집단 추방 등 강성외교로 러시아를 압박해 한때 푸틴 대통령의 친서방 정책은 위기에 빠졌다. 국내에서도 “서방에 그렇게 많은 양보를 한 결과가 이것이냐”는 공산당과 군부 보수파의 비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구 소련권인 중앙아시아에 미군 주둔을 허용하는 결단을 내리면서까지 미국의 대 테러 작전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서방의 신뢰를 얻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 미국과 전략무기감축에 합의했고 NATO에도 참여하는 등 러시아는 서방국가와 전에 없이 밀접한 관계를 구축했다.

이제 대외문제를 마무리지은 푸틴 대통령은 앞으로 농지개혁과 조세개혁 등 경제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덩 주석의 노선을 충실히 따라 20년 만에 경제규모에서 세계 6위로 올라서는 눈부신 성장을 이뤘듯이 푸틴 대통령의 실용주의 개혁 노선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기현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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