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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5월 22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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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카스피해에 매장돼 있는 대규모 석유자원 개발과 성공적인 대 테러전 수행을 위해 중앙아시아 진출이 필수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인접국 러시아의 협조가 절대적인 상황. 뉴스위크는 최신호(27일자)에서 미국 고위 외교관의 말을 인용, “러시아와의 협력은 전략적 이익 확대를 위한 포석이며 양자 모두를 위한 ‘윈-윈 전략’”이라고 보도했다.
이를 위해 미국은 안보-경제 양 축에서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우선 6000∼7000기에 달하는 핵탄두 수를 2012년까지 1700∼2000기로 감축하는 미-러 핵무기감축협정 서명이 안보분야의 핵심이다. 또 △러시아의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축출 지원 △러시아의 미 대테러전 병력 중앙아시아 주둔 용인 등도 주요 의제. 경제협력을 위해서는 ‘에너지 안보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석유위기가 발생할 경우 러시아가 서방 각국에 부족분을 공급하는 한편 미국 정유사들의 석유자원 개발을 적극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중앙아시아에서의 석유 공동개발방안도 포함돼 있다. 미국은 중동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줄일 수 있고 러시아는 안정적인 석유수출시장 확보는 물론 개발이익까지 챙길 수 있게 된다.
러시아로서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미국이 필요한 상황. 취임 직후부터 친(親)서방외교에 앞장서 온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궁극적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공식가입을 희망하는 눈치다. 러시아는 또 자국내 골칫거리인 체첸 반군 진압을 미국이 ‘대테러전’ 명목으로 합법화해주기를 원하고 있다.
반면 또 다른 순방대상인 유럽 각국의 분위기는 차갑다. 유럽은 철강관세 부과 등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이라크 문제와 관련한 일방주의 노선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으며 미-러 관계개선으로 인한 ‘소외감’마저 느끼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베를린에서는 부시 대통령의 방문을 앞둔 21일 1만7000여명(경찰추산)이 반미시위를 벌였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