加동부 油田지키는 ‘빙산 카우보이’

  • 입력 2002년 5월 17일 17시 52분


캐나다 뉴펀들랜드의 동쪽 해안은 ‘빙산의 골목(iceberg alley)’으로 불린다.

그린란드에서 내려와 이 골목을 빠져나온 빙산은 90년 전 타이타닉호를 침몰시켰다. 봄이 되면 400∼900개의 빙산이 이 골목을 따라 남하한다. 보통은 그랜드 뱅크스라는 해역을 통과하면 난류에 녹아버린다. 문제는 채 녹지 않은 빙산이 그랜드 뱅크스 해역 안에 있는 대규모 유전(油田)을 지나간다는 점. 캐나다는 97년 이후 68억달러(약 9조원)를 들여 이곳에 하이버니아, 테라 노바라고 명명한 유정 두 곳을 설치하고 매일 30만5000t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이 빙산이 유정들과 충돌한다면 돈도 돈이지만 재앙에 가까운 환경오염사태가 우려된다.

여기서 제롬 베이커가 등장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6일 ‘빙산 카우보이’ 베이커씨가거대한 빙산으로부터 유정을 지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커씨의 무기는 굵기 20㎝, 길이 1300m의 밧줄. 그는 동료 10명과 함께 전장 90m나 되는 9600마력의 순찰선을 타고 다니면서 유정 반경 100㎞ 안에 들어온 빙산을 밧줄에 묶어 방향을 틀어버린다. 보통 크기의 빙산이 높이 50m, 폭 130m, 무게 200만t이 되는 데다 계속 녹아내리고 높은 파고를 일으키기 때문에 밧줄로 묶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빙산을 폭파시켜 보기도 했고 빙산에 올라타 큰 망치로 두들겨 패기도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빙산 표면에 검은 재를 뿌리기도 했다. 검은 색은 햇빛을 더 많이 빨아들이기 때문에 검은 표면이 바닥이 될 때까지 녹는다.

하지만 베이커씨에게는 여유가 없다. 시속 1.6㎞로 남하하는 빙산을 묶어 방향을 트는 데 30시간이 걸린다. 그래도 베이커씨가 실패한다면 어떻게 될까. 테라 노바 유정은 떠있는 유정이어서 피할 수 있다. 하이버니아도 고정식 유정이기는 하지만 무게 600만t의 빙산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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