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경제 바닥 쳤나…“저점 통과중” 공식선언키로

  • 입력 2002년 5월 13일 17시 51분


장기불황에 시달려온 일본 경제가 이제는 정말 바닥을 친 것일까.

일본 정부는 13일 ‘경기가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내용의 5월 월례경제보고서를 확정하고 17일 열리는 관계각료회의에서 이를 공식선언하기로 했다. 또 15일 파리에서 열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회의에서도 일본의 경기회복을 전망할 예정.

그러나 이 같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일본 국내외에서는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아직도 강하다. 일부에서는 “섣불리 회복을 선언했다가는 오히려 침체를 더욱 가속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기 저점 통과 선언〓일본 내각부가 13일 확정한 5월 경제월례보고서 원안은 ‘경기는 아직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고 명기했다. 내각부는 3월 월례보고서에서 1년9개월 만에 경기 판단을 상향 수정해 ‘경기 악화’라는 표현을 삭제했으며 4월에는 ‘저점 통과의 움직임이 보인다’고 표현했다.

개별항목을 보면 수출은 4월 ‘하락세가 멈췄다’고 했으나 이달 보고서에서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설비투자는 ‘대폭 감소’에서 ‘감소’로 고쳤다.

이에 앞서 내각부 경제사회종합연구소가 9일 발표한 3월 경기동향지수에서도 경기일치지수가 56.3(지수가 50 이상이면 상승을 의미)을 기록, 1년3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번주 OECD 각료회의에서도 ‘지난해 말 시작된 미국경제의 회복세가 OECD 회원국 대부분에 확산되고 있으며 일본도 올해 하반기 초반 상당폭의 회복이 예상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채택할 계획이다.

▽체감경기 변함 없어〓경제전문가들과 증시는 이 같은 낙관론을 극히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엔저(低)공세에 힘입어 수출이나 생산지표가 다소 개선되고 있지만 개인소비나 설비투자는 거의 요지부동 상태. 또 부실채권은 아무리 처리해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내각부가 같은 날 발표한 3월 기계수주통계만 봐도 민간수주액이 전달보다 6.2% 줄어든 7799억엔으로 2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또 4∼6월 수주예상액도 계속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기계수주는 민간설비투자의 선행지표로 수주액이 줄면 기업설비투자가 감소한다.

다이이치생명 경제연구소의 나가하마 도시히로(永浜利宏) 부주임연구원은 “경기순환상으로는 경기회복국면에 들어갔다고 해도 내수분야의 회복세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증시가 걱정하는 것은 정부의 섣부른 판단. 일본정부는 1993년에도 ‘저점 통과’를 선언했다가 엔고(高) 등의 반작용으로 경기가 다시 악화돼 선언을 철회한 적이 있다. 실제로 최근 미국경제에 대한 불안감으로 달러화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엔화가치가 다시 급상승하는 등 불안 요소가 적지 않다.

일본 정부가 ‘3월 위기’를 넘긴 안도감에 도취돼 시급한 경제정책의 고삐를 늦출까 모두들 우려하고 있다.

▼日 구조조정 모범생 닛산자동차▼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닛산자동차만 같아라….’

요즘 일본의 경제회복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은 놀랍게도 프랑스 르노자동차 출신 최고경영자(CEO) 카를로스 공 사장이 이끄는 닛산이다.

1990년대 중반 막대한 부채를 안고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던 닛산은 2000년부터 공 사장의 지휘 아래 실시한 ‘3개년 재생계획’을 1년 앞당겨 올해 3월 말로 끝냈다.

닛산은 2년간 5개 공장을 폐쇄하고 인력도 15% 삭감하는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2001 회계연도(2001년 4월∼2002년 3월) 순이익이 전년보다 12% 증가한 3720억엔으로 사상최고액을 기록했다. 매출도 전년보다 2000억엔 증가한 6조2000억엔. 내년 3월 말 끝나는 2002 회계연도 목표도 매출 6조5000억엔, 순이익 3800억엔으로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

닛산은 최근 미국계 증권사인 모건스탠리증권의 조사에서 일본기업 가운데 최근 3년간 집중적으로 가장 많은 정리해고를 단행, 사업경쟁력을 높인 것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그러나 닛산의 목표는 단순한 경영정상화에 그치지 않는다. 공 사장은 재생계획 종료와 함께 또다시 새로운 경영프로그램 ‘닛산180’을 발표했다. 이는 3년간 28개 신모델을 내놓아 세계 시장점유율을 현재 4.7%에서 6.1%로 높인다는 야심찬 계획. 또 자동차부문 부채도 이미 당초 목표였던 7000억엔보다 훨씬 낮은 4350억엔으로 줄어들었으나 2005년까지 완전히 없애겠다고 밝혔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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